구약과 신약 잇는 믿음의 이야기

(가톨릭평화신문)



구약 외경 1 / 송혜경 원문ㆍ번역ㆍ주해 / 한님성서연구소 / 3만 5000원



구약 외경(外經)은 구약성경 46권에 포함되지 않은 책들이다. 교회가 공식 인정한 정경(正經)은 아니지만, 교회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는 경전이다.

가톨릭 표준 성경도 아닌데 구약 외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구약과 신약을 잇는 가교가 되는 ‘하느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약 외경을 번역하는 작업에 한님성서연구소가 돌입, 첫 권 「구약 외경 1」을 내놨다. 당대 ‘믿음의 선조’들의 다양한 문체와 경험을 담은 문헌을 두루 알려 하느님 역사를 제대로 일깨우기 위해서다.

구약 외경이 만들어진 시기는 두 번째 예루살렘 성전이 존속하던 ‘제2성전기 후반’이다. 기원전 515~516년부터 기원후 70년까지다. 바빌론 유배지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 다시 성전을 지은 때부터, 로마인들이 성전을 파괴한 시기까지인 ‘600년의 기간’이다. 이때는 구약이 완결되고, 신약이 기록되던 중간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정치적 독립성을 잃은 채 살았던 유다인들은 ‘외세의 지배’와 더불어 그리스 문화를 비롯한 동서양 전통이 유입되던 이 시기에도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풍성한 ‘믿음의 이야기’들을 집필했다.

구약 외경은 아담과 하와의 생애, 에녹서, 열두 족장의 유언, 모세의 승천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묵시ㆍ시편 문학, 설화와 전설 등의 범주에 속한다. 서사시와 비극, 철학적 논고, 성경 이야기를 확대한 방대한 작품을 쏟아내며 유다 지역이 문학적으로도 풍성함을 이루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구약 외경은 다양한 신학적 개념들을 내포하고 있다. 악의 기원 문제, 메시아에 대한 희망, 부활과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 등이다. ‘악마 개념’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구약성경에 비해 외경은 악의 개념을 활발히 다룬다. 구약 외경의 에녹 1서, 희년서, 아담과 하와의 생애 등은 악마의 기원을 다각도로 제시하며 그들이 세상에서 하는 역할을 드러낸다. 하느님은 선이고, 사탄은 악이라는 유다교 문학의 전제가 분명히 다뤄진 것이다.

천사의 무리가 지상에 내려와 사람의 딸들을 탐한 사건, 잘못을 저지르고 하늘에서 쫓겨나 아담에게 경배하라는 미카엘 대천사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천사들의 타락 등 다양한 악의 기원이 구약 외경을 통해 전해진다. 사탄에게 작용한 것은 공통적으로 ‘교만’이었다.

구약성경에서 이어지는 ‘메시아 사상’과 ‘부활과 내세 사상’도 눈에 띈다. 구약 외경에서 메시아는 범죄를 일삼는 이방인들을 예루살렘에서 몰아내고 성전을 정화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다. 유다교 전통 안에서 죽은 이의 부활이나 죽음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배 이후부터이며, 부활과 내세의 개념을 발전시킨 것은 헬레니즘 시대 이후부터다. 솔로몬 시편 13장 11절이 “의인들의 생명은 영원하다. 죄인들은 파멸로 사라지고 말리라!”라고 하는 구절부터 희년서와 마카베오기 4서 등에 죽음 이후에 대한 희망 이야기가 등장한다.

「구약 외경 1」은 구약성경의 시편과 흡사한 「솔로몬의 시편」부터 구약성경의 신학개념을 상당 부분 전승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에녹 1서」 등 묵시ㆍ시편 문학과, 설화와 전설 형식의 「요셉과 아세넨」, 「예언자들의 생애」, 「아리스테아스의 편지」 등을 원문과 함께 상세한 역사적 배경과 주석을 달아 제작했다.

유배 이후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기록으로 활발히 남겼다. 그들이 지닌 역사적 경험과 교훈, 하느님과 인간을 두고 숙고한 통찰의 열정이 구약 외경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