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면...하느님 신호를 보라

(가톨릭평화신문)



하느님의 신호등, 성경

장재봉 신부 지음 / 꿈꾸는 요셉 / 1만 2000원

‘성경 말씀은 이해하기 어려워. 내 삶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성경을 앞에 두고 누구나 이런 ‘어리석은 망설임’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약의 기나긴 믿음의 선조들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 이어지는 하느님의 약속, 예수의 눈부신 활약상에 젖어들다 보면 그 끝에 누구라도 하느님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풍요로운 ‘신앙생활’이다.

장재봉(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신부는 성경을 일흔 번 통독했다. 주님의 말씀이 살아 있음을 매번 실감했기 때문이다. 신학생 시절엔 명료한 문체가 특징인 ‘바오로 서간’만 좋아했던 장 신부는 세 번째 통독에서 신명기에 등장하는 모세의 굳건한 믿음을 새로이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묵시록의 내용이 주님 심판을 넘어 ‘자비의 사랑 고백’ 말씀임을 깨닫기까지 장 신부는 다시 성경을 통독해야 했다.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성경이다.

「하느님의 신호등, 성경」은 장 신부가 성경 통독을 거듭하며 느낀 말씀의 신비를 에세이 형식으로 엮어 쉽게 풀이한 책이다. 말씀을 곱씹어 전하는 사제의 신앙 조언은 일상과 잘 맞닿아있다. 하느님께 선택된 이후 묵묵히 따르는 아브라함. 장 신부는 아브라함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우리는 이와 달리 습관적으로 하느님과 흥정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진 않은지 꼬집는다.

장 신부는 우리가 ‘주님의 신호’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일깨운다. 자신을 첫째가는 죄인으로 고백한 뒤 확고한 믿음 속에 기쁘게 살았던 바오로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참된 부자입니다.”

장 신부는 “참된 부자인 우리가 세상에 웃음과 기쁨을 베풀고, 하느님 나라를 알리는 주역이 되자”고 북돋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복음 앞에 어린이가 되어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쓰는 하루하루가 돼야 한다고 일러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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