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나누는 마음이 만든 오케스트라

(가톨릭평화신문)
▲ 라경숙 (안젤라, 플레이어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플루티스트)



선생님들의 그늘에서만 연주생활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제자들을 보면서 내게도 제자들의 앞길을 열어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2014년 창단한 ‘라 플루트(La Flte) 앙상블’은 올해 다섯 번째 정기연주회를 마쳤다.

학교에 출강하는 제자들과 대학생 제자들로 구성된 25명의 단원은 앙상블 활동 중 유학길에 오르고, 귀국 후 다시 단원으로 합류하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연주자를 꿈꾸는 제자들 또한 ‘La Flte 앙상블’의 예비단원들이다.

선생님으로서 제자들의 그늘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친구, 선ㆍ후배, 스승과 제자로 연결된 단원들이기에 서로 상처가 되지나 않을까 늘 조심스럽다. 연주를 준비하면서 매번 ‘올해까지만 해야지’ 다짐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께서 내게 힘을 더해 주셨다. 훌륭한 협연자와 지휘자를 보내주셨고, 그로 인해 생각지 못했던 양질의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

앙상블 음악감독의 역할은 더 나아가 오케스트라 창단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휘자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휘자인 내 남편이 없었다면 생각지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주님께서 나를 도와주는 분이시니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히브 13,6)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요소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다양하다. 우리는 그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원이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유학으로 다져진 실력으로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이 주도하는 ‘플레이어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현재 60명의 단원은 2015년 7월 예술의 전당 첫 연주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 연주회와 신년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 스페셜 콘서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감사한 것은 오케스트라 창단 후, 신앙 안에서의 첫 연주였다. 지난해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생명수호대회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꼬스트홀에서 있었던 ‘생명 대행진 전야 행사와 전야 미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마리아홀에서 가졌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주최하는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생명 나눔 음악회’ 등의 연주를 하게 된 것이다. 연주 홀을 가득 채운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단원들과 내게 큰 은총과 사랑으로 다가왔다.

내게 맡겨주신 오케스트라 단장이라는 직책 또한 많은 사람과 은혜로운 축복을 나누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눔의 시간이 앞으로도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며, 쉽지 않은 이 길을 나는 주님께서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힘을 펼치시어 나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나는 이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에페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