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정신으로 예멘 난민 품은 제주 공동체

(가톨릭평화신문)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교구를 중심으로 예멘 난민을 돕는 본당과 수도회, 가톨릭 신자들의 환대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교구는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6월 초부터 주보 공지를 통해 난민 가정을 위한 거처와 생필품 후원을 요청해왔다. 각 본당에서 자발적으로 모은 이불, 화장지 등 후원물품을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센터장 홍석윤 신부) ‘나오미’로 보내오고 있다. 또 교구 이주사목센터는 시민단체, 지역 종교협의체 등과 도민위원회를 꾸려 난민들에게 의료 서비스와 노동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가톨릭의사회와 약사회도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모슬포본당(주임 이승협 신부)은 5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무릉공소를 난민들에게 내줬다. 공소 회장과 신자들은 난민들이 식사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비롯해 식기류와 선풍기, 이불 등을 마련해줬다. 현재 무릉공소에는 남성 난민 6명이 생활하고 있다. 난민들이 공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사와 소공동체 모임은 경당에서 하기로 했다.

무릉공소 이영림(프란치스코) 회장은 “공소에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동네 이장과 젊은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도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에 후원금 500만 원을 전달하고, 제주시내에 있는 40명 수용 가능한 수도원 소유 건물을 난민들에게 빌려줬다.

이밖에 제주교구 가톨릭 신자 가정 네 곳도 개별적으로 난민들을 수용, 보호해왔다. 하지만 언어 문제 등으로 이곳에서 생활하던 난민들은 조만간 거처를 옮길 계획이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사무국장은 “이들도 어렵게 선의로 난민들을 받아들였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른 난민들을 받아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난민들이 모여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털어놨다. 김 국장은 “우리와 다른 난민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1일 교구민에게 보낸 사목서한에서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하면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겠느냐”며 포용과 배려를 촉구했다. 한편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도 교회 차원의 난민 지원 활동을 논의 중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