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하혈 견디며 삼남매 지켰지만…

(가톨릭평화신문)
▲ 최선희(왼쪽)씨가 빌라 앞 계단에 앉아 황명숙 빈첸시오회 부회장과 얘기하고 있다. 최씨는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는데도 황씨를 ‘대모님’이라고 부른다.



가난한 사람들을 골목골목 찾아다니는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형편이 딱해도 너무 딱한 자매”라고 귀띔했다. 집을 방문했는데, 천장에서 고양이가 뚝 떨어져 기겁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선희(47)씨 얼굴은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머리도 노랗게 염색을 해 멋(?)을 냈다. 국비 지원으로 다니던 미용학원에 가서 실습용으로 머리를 맡기면 교통비 조로 5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염색과 탈색, 커트와 파마를 얼마나 자주 했는지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다.

최씨는 3남매의 어머니다. 7년 전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흙집에서 살았다. 그는 “도둑질만 빼고 안 해본 게 없었다”며 “몸을 추스르고 나면 무슨 일이든 해서 애들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몸을 추스르기는커녕 당장 수술부터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자궁경부암 초기인 데다 몸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다. 하혈(下血)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과 피부 마사지숍, 식당 등 하루 세 군데를 뛰어다니면서 돈을 벌어 아이들을 키웠다. 아파트 공사 현장 일용 잡부로 일하는 동안 몸이 많이 상했다. 그는 “현장에 가면 무거운 것만 못 들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하지만 지금은 어지럽고 구토가 나서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건강을 돌보지 않은 탓이 크다. 지난해 팔을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어깨 수술을 받았다. 또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고 참다 병원에 기어가서 복막염 수술을 받았다. 의사가 그의 상태를 보고 “미친 거 아니냐”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는 병실에 누워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혈만 멎으면 식당일이라도 해서 애들 학비를 보태야 한다”며 “병원에 가면 그냥 주저앉을 것 같아 더 가기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고 수중에 병원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빈첸시오회는 둘째 딸을 통해 최씨 사정을 알게 됐다. 친구 따라 성당에 나오던 둘째 딸이 어느 해인가 여름 신앙 캠프에 빠진 뒤부터 성당에서 보이지 않았다. 캠프 참가비가 없어 나오지 못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최씨는 며칠 전 흙집에서 방 2개짜리 13평 빌라(LH 전세임대 주택)로 이사했다.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면사무소와 시청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덕이다.

둘째 딸이 오후 늦게 외출했다. 구리에서 홍보물 전단을 돌린 뒤 호프집으로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후견인 / 황명숙(바울라)

퇴계원본당 빈첸시오회 부회장


오죽하면 회원들이 10만 원씩 갹출해 입원부터 시키자는 의견을 냈겠습니까. 최씨가 건강만 회복하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정입니다. 최씨를 강제로라도 병원에 끌고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성금계좌(예금주: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최선희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