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늘푸른 청년들의 첫 성지순례

(가톨릭평화신문)



가끔 청년들이 문자로 고해성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고해성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멋진 제안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래서 만남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느님 체험의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공동체를 통한 이웃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본당 공동체에 머물고 싶지만, 청년들의 모임에도 또 장년들의 모임에도 속하기 쉽지 않았던 3545세대의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하느님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꿨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난해 주일학교는 청년들의 모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하면서 하느님은 주일학교를 함께 걱정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청년 봉사자들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주일학교 성지순례를 준비했습니다.

5월 5일 ‘어른이 날’이라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름으로 준비한 주일학교의 첫 야외행사는 서로의 걱정과 기도를 나누며, 얼굴만 알았던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공동체 형성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토요일 저녁 미사 후에 성지순례 조원들끼리 명동대성당 마당에 모여 한 주간의 안부를 묻는 모습과 미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엿보게 되면 지난 시간의 고생과 걱정 그리고 기도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하느님과 이웃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금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겨자씨가 늘푸른 청년 나무로 성장할 것을 희망하며 저는 또 다음 학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