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일치] 카이사르의 것과 하느님의 것 / 이원영

(가톨릭신문)
이제 2018년도 절반이 지나가고 7월이 됐다. 7월은 영어로 July인데, 이 단어는 고대 로마제국의 줄리어스 시저(Gaius Julius Caesar)가 태어난 달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붙여진 것이라 한다. 분단 이후 우리 역사에서 시저가 태어난 달을 기념해 명명된 July에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와 관련해 중요한 두 날이 있다.

먼저 7월 27일이 있다. 1953년 이날 오전 10시, 정전협정이 체결됐으며, 오후 10시를 기해 발효됐다. 1951년 7월 10일부터 2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정전에 합의한 날이 바로 1953년 7월 27일이었다. 이렇게 정전상태에 들어간 한반도는 비록 전선에서의 포성은 멎었지만, 남북한 간의 경계선만 38°선에서 휴전선으로 바뀐 채 분단은 유지됐다. 남과 북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작원을 침투시켰으며 상대방을 법적으로 적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정전상태에서 통일을 향한 ‘평화’에 합의한 사건이 1972년 7월 4일에 있었다. 그날, 남과 북은 7·4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전협정문은 클라크 UN군 사령관과 김일성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팽덕회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했지만, 7·4 남북 공동성명은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는 문구에 이어 당시 남한의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과 북한의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었던 김영주가 서명했다.

그러나 7·4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나서 같은 해에 남한에서는 소위 ‘10월 유신’이 단행돼 박정희 1인 장기집권 체제가 강화됐으며, 북한에서도 역시 1972년 12월, 사회주의 헌법 개정에서 ‘주체사상’을 헌법 규범으로 명시해 김일성 1인 독재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했다. 어쩌면 공동성명은 남과 북 모두 1인 독재체제의 강화에 이용당하고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7·4 남북 공동성명은 분단 이후 통일에 대한 남북한 당국자 간에 이뤄진 최초의 합의였으며,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통일의 원칙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남북 관계가 아무리 악화됐을 때에도 남북 모두 7·4 남북 공동성명에 대해 부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정전협정이 발효된 지 65년이 된 올해 7월 4일에는 15년 만에 평양에서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렸다.

카이사르라고도 발음하는 시저의 탄생을 기념해 명명된 July에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마르 12,17)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역사에서 7월에 있었던 위의 두 사건 중 과연 카이사르의 것은 무엇이고, 하느님의 것은 무엇일까? 분단 상태에서 군사적 대치야말로 카이사르의 것이고 통일을 향한 한반도 평화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크리스천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