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순례길, 산티아고처럼 국제 순례길 되다

(가톨릭평화신문)
▲ 아시아 청년 순례단이 13일 동대문성곽공원을 지나 서울성곽길을 향해 걷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피지겔라 대주교로부터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 교령’을 받아 펼쳐 보이고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됐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이번 교황청 국제 순례지 선포로 이스라엘과 로마, 바오로 사도 순교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 공식 순례지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 또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 자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Rino Fisichella) 대주교는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 밖 네거리 역사공원 순교성지에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교황청 국제 순례지로 승인한다”는 교령을 반포했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교령 반포에 앞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에 대한 기념을 소중하게 여기는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순례길은 순례자들뿐 아니라 인간 생명을 묵상하고 신앙의 선물로 주신 하느님의 은총의 변화시키는 힘에 그들의 마음을 열겠다고 선택한 모든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순례지 승인 선포식에 앞서 서소문순교성지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한국과 아시아 주교단, 사제단, 신자 1500여 명이 참여한 미사에서 염 추기경은 “순례지는 자신을 재발견하고 회개에 필요한 힘을 되찾는 안식처가 될 수 있고, 참다운 복음화의 장소이기에 새 복음화의 원동력이 되는 순례지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 순례지로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자발적인 신앙 수용, 박해와 순교,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한국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면서 “이 길을 널리 알리고 돌보고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소중히 여겨 신자뿐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소로 가꾸자”고 당부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영적 선익을 위해 서울 순례길을 마련하고 교황청 승인 순례지 선포식을 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여온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순례를 통해 자기 신앙을 키우고 주님께 받은 은혜를 이웃과 나누는 사랑을 실천할 때 순교 정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이날 선포식에선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중ㆍ종로ㆍ마포ㆍ용산구청장 등이 주한 교황대사 슈에레브 대주교로부터 교황 강복장을 받았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한국 교회 첫 신앙공동체 자리와 사목지, 순교지, 순교자들의 묘소와 사제 양성 못자리인 신학교 터 등 순례지 24개를 3개 구간을 잇는 44.1㎞ 도보 순례길이다. 3개 구간은 신앙 선조들이 자발적으로 복음 말씀을 받아들여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을 묵상하는 ‘말씀의 길’(명동대성당~가회동 성당 9개소, 8.7㎞), 죽음으로 하느님을 증거한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길인 ‘생명의 길’(가회동 성당~중림동 약현성당 9개소, 5.9㎞), 순교자들의 순교 신심을 본받아 신앙의 빛을 밝힘으로써 교회와 일치를 이루고 새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기를 기원하는 ‘일치의 길’(중림동 약현성당~삼성산 성지 8개소, 29.5㎞)이다

서울 순례길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서울대교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2013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정한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장소를 더해서 국제 순례지로 선정됐다. 서울대교구와 서울시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국제 순례지와 한국 근대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홍보하기 위해 아시아 교회 청소년 순례 정례화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리길재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