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

(가톨릭신문)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은 무인도에서도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소통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욱 개별화돼 오히려 소통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자본이 최상의 가치가 된 이 시대 인간은 더 이상 고유의 존엄을 보장받지 못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변방으로 내몰리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도미니크 볼통과 우리시대 소통과 자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2016년 2월부터 1년간 정치와 사회, 인간과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의 열두 차례 만남은 「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으로 정리돼 세상에 공개됐다.

교황과 프랑스 지식인의 참신하고 사려 깊은 대화는 평화와 전쟁, 정치와 종교, 세계화와 문화적 다양성, 근본주의와 세속주의, 유럽과 이주민, 불평등 사회 등 시대와 인간 실존이라는 큰 주제들을 다룬다. 첨단기술에 매료되고 물신주의에 압도돼 인본주의를 상실한 현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최선의 방향을 제시한다.

“비오 11세 교황께서는,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 가운데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정치를 위해 일하는 것은 한 나라를 밀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고, 그 나라의 문화가 전진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게 바로 정치입니다.”(본문 32쪽)

대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8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서 교황은 정치의 본래 목적이 소통의 중재에 있음을 밝히고, 야만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과 지향해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급변하는 미디어의 맹위 속에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고민하기도 하고, 무신론과 근대성, 죄의 현대적 의의를 개괄하며 참된 기쁨이 무엇인지 성찰한다. 또 교황이라는 위치에서의 일과 현실, 종교인으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거론하며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