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위원의 예수님 이야기](91·끝)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고 승천하시다(루카 24,36-53)

(가톨릭평화신문)
▲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신 후 베타니아 근처에서 승천하셨다. 사진은 올리브산 정상 베타니아 근처에 있는 예수 승천 경당. 가톨릭평화신문 DB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예루살렘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십니다. 그런 다음 하늘로 올라가십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시고 사명을 부여하심(24,36-43)

엠마오의 두 제자가 다른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정작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평화를 비는 인사를 하시자 “무섭고 두려워서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합니다.(24,36-37)

예수님께서는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하고 마치 질책하는 듯 말씀하시고는 당신이 유령이 아니라 다시 살아난 스승 예수라는 증거를 제시하십니다. 첫 번째 증거는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는 것입니다.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당신에게는 살과 뼈가 있다면서 제자들에게 직접 보여주십니다.(24,38-40)

그런데 제자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셔서 대단히 기쁘기는 한데,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두 번째 증거를 보여주십니다. 이번에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해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구운 생선 한 토막을 잡수십니다.(24,41-43)

하지만 제자들로서는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셔서 지금 자기들 가운데 계신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시면서 제자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십니다.(24,44-45)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은 곧 구약성경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며 성경에서 당신에 관해 기록한 핵심을 설명해 주십니다.(24,46) 예수님께서는 이를 이미 세 번씩이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지요.(루카 9,22; 9,44; 18,31-33)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일깨워주시면서, 당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그리스도, 시몬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바로 그 그리스도이심을 확인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활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요한 세례자가 광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한 일을 복음서의 앞부분에서 전하고 있습니다.(3,3) 그런데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돼야 한다”면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24,47-48) 이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증인으로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선포하는 일을 맡기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제자들이 예수님의 증인으로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선포하는 일을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너희에게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시면서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24,49) 여기서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은 예수님 잉태에 관한 기사에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루카 1,35)이라고 한 그 힘과 같은 것으로 성령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은 성령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승천하시다(24,50-53)

이 말씀을 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베타니아 근처로 데리고 가신 다음에 손을 들어 제자들에게 강복하시며 하늘로 올라가십니다.(24,51-52) 베타니아 근처라고 하면 올리브산 정상 부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타니아는 올리브산 정상 동쪽 비탈에 있는 작은 촌락으로 예수님의 친구 라자로와 그의 두 여동생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도성이 내려다보이는 올리브산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강복하시며 승천하셨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24,53)는 문장으로 복음서를 마무리합니다.



생각해봅시다

1.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하신 첫 말씀이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제자들은 두렵고 무서워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첫 말씀은 분명히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매일 매 순간 만나는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분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주님이십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도 평화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평화를 지니고 사는 이들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누리는 평화가 아니라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를 지니고 사는 이들입니다.



2. 루카복음서에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활동은 이스라엘 땅이지만 소외된 변방 갈릴래아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활동은 이스라엘의 중심이자 하느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에서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써 정점에 이릅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단지 정점이자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루살렘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모든 민족들에게, 곧 땅끝까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바로 예루살렘인 것입니다.



3. 제자들은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으면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예루살렘에서부터 땅끝까지 힘차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할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를 쓴 루카 복음사가는 그 여정을 사도행전에서 소개합니다. 예수님 이야기에 이어 사도행전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 이야기를 쓰면서 참고한 자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석 성경」,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거룩한 독서를 위한 신약성경 주해 3 루카 복음」 유충희 지음, 바오로딸 △「성경의 세계 신약 9 루카복음 해설」 박영식 지음, 성바오로 △「영적 독서를 위한 신약성서 루카 복음」 알로이스 스퇴거 저, 이창훈 역, 성요셉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