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결산]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경청하고 변화 이끌다

(가톨릭평화신문)
▲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교황이 지난 7월 바티칸에서 이주민, 난민들과 미사를 봉헌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특히 난민과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때로는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며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경청의 자세도 보여줬다. 제15차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를 열고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주교 임명권에 관해 잠정 합의하면서 외교 정상화가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미국과 호주, 칠레 등지에서 사제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다. 부끄러운 과거와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가톨릭교회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낮은 곳으로 향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첫날부터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이민자와 난민이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는 이주민과 난민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교황의 이런 관심은 한국에도 닿았다. 교황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를 통해 제주 예멘인 난민을 위한 특별 자선기금 1만 유로를 제주교구에 전달해 지지를 보냈다.

교황은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 때 시작한 ‘자비의 금요일’을 이어가며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났다. 아동병원과 여성 재소자 그룹홈 등을 방문해 사람들을 위로했다. 또 교황은 시리아와 콩고, 남수단 등 내전으로 고통받는 나라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올해도 해외 사목방문을 이어갔다. 횟수로만 보면 4차례지만, 나라로 따지면 7개국이다. 교황은 1월 칠레와 페루를 사목방문해 정치ㆍ사회적 부패와 갈등을 지적하고 대화를 통해 공존할 것을 강조했다. 6월엔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설립 70주년을 축하했다. 8월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 제9차 세계가정대회에 참석하고 가정의 가치가 무너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희망의 등불’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9월엔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해 연안 3국을 찾아 반유다주의 확산을 경고하며 종교 간 화합과 일치를 당부했다.

▲ 호주의 마크 스튜어트 에드워즈 주교와 인도네시아 청년 대표 아나스타샤 인드라완이 10월 9일 주교시노드 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지난 10월 ‘젊은이와 신앙, 성소 식별’을 주제로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가 열렸다. 주교시노드 대의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는 젊은이들의 요청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고민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주교시노드 기간인 25일 동안 본회의만 20차례 열렸다. 앞서 3월에도 사전 준비모임을 열고 각국에서 파견한 청년 300여 명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의원들과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청년대표들이 치열하게 토론한 내용은 최종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167항으로 구성된 보고서에는 현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과 교회 내 여성의 역할 강화, 성 정체성, 교회 내 폭력 문제 등이 포함됐다.



전 세계 성직자 성추문

올 한 해 동안 미국과 아일랜드, 호주, 칠레 등 세계 각지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대배심이 발표한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지난 70년 동안 6개 교구 사제 300여 명이 아동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위 성직자가 혐의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교황은 서한을 발표하고, 사제 성추문 사태에 관해 용서를 구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주교들은 대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근 사제 성추문 은폐 논란에 휩싸인 미국 워싱턴대교구장 도널드 우얼 추기경은 교구장직을 사임했고, 교황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 교황의 자문 기구인 9인 추기경평의회(C9) 소속 추기경 중 아동 성학대 추문에 연루된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과 칠레의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에라수리스 추기경을 제외했다.

가톨릭교회의 반성과 개혁은 아직 진행형이다. 교황은 성직자 성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 내년 2월 전 세계 지역교회 주교회의 의장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 교황청과 중국 정부는 주교 임명권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합의 이후 열린 주교시노드에 참석한 중국 주교들. 【CNS 자료사진】


교황청-중국 수교 가능성 열려

교황청과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주교 임명권에 관해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사도좌 승인 없이 불법으로 임명해 파문당한 중국 주교 7명에 대한 교회법적 지위가 회복됐다. 향후 구체적인 주교 서임 절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교 후보 명단에 중국 정부가 동의권을 행사하고 교황이 승인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명한 사실은 로마가, 교황이 최종 임명한다는 것”이라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설명했다.

양국 외교 정상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1951년 단교한 후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던 주교 임명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수교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중국 주교 두 명은 합의 직후 열린 주교 시노드에도 참석해 로마 주교인 교황과 친교를 회복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 교황이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알현을 받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반도 평화 기원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한 말이다. 이런 교황의 관심과 지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교황은 1차 남북 정상회담 후 “양국 정상의 용기 있는 노력에 기도로 함께한다”며 부활 삼종기도 중 ‘한반도 평화를 비는 기도’를 봉헌했다.

한반도 평화 기원은 지난 10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다음 날 교황을 알현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교황은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은 아직 교황청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방북 여부에 관해 엇갈린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가 앞당겨지리란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