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걸으며 돌아본 지구 온난화

(가톨릭평화신문)
▲ 청년들과 교구 주교단이 12일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모동산에 세워진 십자가 앞에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하고 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2일 저녁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찾은 청년들의 경건한 목소리가 대성전과 마당 곳곳에서 낮게 울려 퍼졌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담당 이원석 신부)가 준비한 ‘교구장과 함께하는 젊은이 십자가의 길’에서다. 이날 십자가의 길에는 청년 500여 명과 염수정 추기경, 손희송ㆍ유경촌ㆍ정순택ㆍ구요비 주교, 청소년국 사제들이 참석했다.

이번 십자가의 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주제로 했다. 훼손되고 있는 생태계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돌아보고,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서울대교구청 신관 앞마당에서 시작한 십자가의 길은 성모동산을 지나 대성전 안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은 2시간여 동안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묵상하고, 환경문제를 다룬 짧은 영상을 시청했다. 친구, 연인과 함께 혹은 홀로 명동대성당을 찾은 청년들은 신앙생활은 물론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수진(클라라, 32, 신도림동본당) “평소 고민하고 있던 환경 문제를 묵상해보고 청년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정지혁(요한 사도, 36, 면목동본당)씨는 “여러 청년과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는 게 좋아서 작년에 이어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지구 이야기를 주제로 한 십자가의 길이어서 더욱 특별한 사순시기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국 청년부 담당 이원석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를 지적하며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생태교육과 대화의 장을 촉구하셨다”며 “청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과 복음적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이번 십자가의 길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2017년부터 198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에 동참하기 위해 청년들을 초대해 교구장과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걷고 사순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