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주님 부활 대축일에

(가톨릭신문)

밤은 그만의 깊은 의미를 숨겨놓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새벽은 새벽만의 방식으로 가슴을 열어젖힌다.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꿈꾸는 묘지들
죽음은 결코 사멸이 아니라 소생이다.
잠시 죽었던 풀들이 되살아나고
여기저기 대지 위의 마른가지에선
새 생명의 핏줄이 요동을 친다.

이 아침 안개 자욱한 세상을 향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봄, 그 기쁨의 부활을 맞이하자.

영혼이 깊이 잠든 곱게도 색칠한 계란을 들고
아이들은 봄 햇살에 떠밀려 성당 마당을
빠져나가고 있다.

가을이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생명들을 보라.
누구나 밤이면 죽음의 가면상태에서 헤매다가
아침이면 다시 살아나는 삶이다.

그리스도 한 분의 부활로
세상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났으니
지금
살아 움직이고 있는 온 세상의
모든 작은 생명 하나하나에게

삶의 뜨거운
입맞춤이 이루어지기만을.


권영춘(바오로·서울 서원동본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