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유감

(가톨릭평화신문)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임신 22주 이내의 태아 생명권이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형법 조항이 태아의 생명권만을 강조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2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합헌 결정을 냈지만 이를 7년 만에 뒤집었다. 한발 더 나아가 태아가 독립적으로 생존 가능한 22주 내외까지 낙태 가능성을 열어줬다. 개념과 범위가 모호한 사회·경제적 사유까지 거론하며,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결코 우선할 수 없다. 생명은 다른 모든 것보다 먼저 보호돼야 하며, 생명권은 다른 권리들과 동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사목교서를 통해 “국가는 이번 결정을 통해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한다는 자신의 사명까지 일정 부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헌재가 제시한, 학업과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 불안정 등 낙태 갈등 상황은 낙태죄와 상관없이 존재해온 사회 문제였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먼저 마련했어야 했다. 남녀 모두가 부담 없이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먼저 논의됐어야 했다. 이번 판결로 생명경시 풍조가 인간의 삶에 더 깊이 들어왔다. 더 깊어진 어둠의 문화에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든 이가 깨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