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내 신앙의 전환점(임두빈, 안드레아, 생활성가 가수)

(가톨릭평화신문)


어머니께서는 쌍둥이 미숙아를 목숨 걸고 낳으셨고, 전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저는 삼남매 중 막내입니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서 보약을 입에 달고 살았고, 막내다 보니 어머니 껌딱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릴 적부터 엄격하게 신앙 교육을 하셨는데 매일 새벽 미사에 참여해야 했고, 저녁에는 묵주기도 5단과 「가톨릭 기도서」 전체를 그리고 성경 말씀 1장을 읽어야 했습니다. 행여 반항이라도 하는 날에는 회초리는 기본이요, 밥도 용돈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것이 가정의 평화요, 세계의 평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어머니께서는 각자의 기도 생활에 어느 정도 자유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니 모든 것이 자유로웠고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 중에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1994년 여름은 기록적인 된더위가 있었고, 많은 사람이 다소 충격적인 김일성의 사망 뉴스를 접하고 있을 때 저는 깊은 한숨과 절망감을 안고 병실에 누워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낮으로 찾아오는 통증과 앞으로 닥쳐올 수술의 공포감보다 더 힘든 것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었습니다. 1년 동안 지옥 같았던 8차례의 수술이 계속되었고, 평소 운동으로 다져졌던 건장한 몸은 병간호하시느라 피골이 상접하신 어머니가 업고 옮길 정도로 앙상하고 초라한 몸이 되었습니다.

더는 추락할 수 없는 저의 처지에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았지만, 철없는 막내아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나니, 지루한 병원 생활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해왔던 신앙 교육 덕분인지 자연스레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위안도 받았습니다. 저의 신앙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게 되니 죽어있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자라서 소박한 꿈도 꾸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퇴원할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평생 목발을 짚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한 재활 운동으로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참기 힘든 고통과 흉터는 남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다시 걸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보니 제 고통의 흔적 속에 하느님께서 늘 함께 계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평상시 소소하고 평범한 지금의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시련을 통해 저의 신앙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