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시작된 민주화, 돌아온 복음화의 기회

(가톨릭평화신문)
▲ 미얀마 양곤의 뒷거리 모습


미얀마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도로 곳곳에 퍼져 있는 핏자국이었다. 사고의 흔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붉은 자국은 미얀마인들이 기호식품인 ‘꽁야’를 뱉은 흔적”이란 현지 안내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꽁야는 미얀마의 씹는 담배로 붉은색 즙이 나오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거리에 뱉어 마치 핏자국처럼 보였던 것이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미얀마 교회의 복음화 과정을 알기 위해 이곳을 찾은 입장에서 이 붉은 자국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미얀마에는 17세기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 복음이 전해졌다. 그러나 미얀마의 복음화는 버마 토착 왕국과 갈등 속에 100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선교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다. 인노첸시오 13세 교황이 이 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하면서 본격적인 복음화가 시작된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성직자 11명에 신자 5300여 명의 교세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2세기가 흐른 지금 미얀마 교회는 3개 대교구를 포함한 16개 교구에 신자 69만 명, 사제 953명, 본당 3958곳(2017년 현재)의 교세를 두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비하면 초라한 정도의 교세다.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과 내전, 험난한 정글 기후, 낮은 인구 밀도, 낙후된 국가 인프라 등이 미얀마 교회의 선교와 사목 활동을 방해해온 요소였다.

특히 1960년대부터 이어온 군부 독재는 미얀마 교회 입장에서 재앙에 가까웠다. 미얀마 군부는 불교를 국교로 선포하고 그 외의 종교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교회는 성당 부지를 비롯해 많은 재산을 정부에 빼앗겼고 외국인 선교사를 포함한 많은 신부가 실종되거나 국외로 추방됐다.

끝없는 고난을 겪은 미얀마 교회에 새 바람이 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군부 독재의 종식과 함께 정부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로 떠오른 아웅산 수치가 기존 정부와 달리 가톨릭교회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덕분이다.

▲ 주일 미사에 참여한 미얀마 신자들이 영성체를 하고 있다. 사순 시기여서 성당 내부 성상들을 모두 가려놨다.



주일을 맞아 양곤대교구 주교좌 성모 마리아 대성당 찾았을 때, 활기를 되찾은 미얀마 교회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무더위가 극심한 날이었지만 성당 안은 신자들로 가득했다. 신자들은 버마어와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열심히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하는 이들도 보였다.

현지 신학생인 힐라리씨는 “얼마 전까지는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현지 신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내에 관성적으로 남아 있는 교회에 대한 차별은 미얀마 교회의 골칫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교회 한 관계자는 “아직은 교구 차원에서 선교 활동에 나선다거나 성당, 신학교 건립에 나설 경우 이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며 “외국인 선교사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목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인 만큼 다른 교회에서 선교사들을 파견해 준다면 미얀마의 복음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899년 건립된 양곤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지금도 양곤대교구 사목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성당 건물로도 유명해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인터뷰] 양공대교구징 찰스 마웅 보 추기경 “소수 민족 사목 등 신앙의 씨앗 퍼지도록 노력해야”

▲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 미얀마 양곤의 뒷거리 모습.


“민주화와 함께 미얀마 교회의 사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직접 가톨릭 교회를 평화를 향한 파트너라고 부를 정도지요”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최근 긍정적으로 반전된 미얀마 교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며 밝게 웃어 보였다. 이어 보 추기경은 미얀마 교회 내에서 순교의 의미에 대해 말하며 “미얀마 교회가 현재에 이른 것은 고난의 시기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 순교자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보 추기경은 많은 순교자 가운데 스테판 웡(Stephen Wong) 신부의 헌신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중국계 미얀마인이었던 웡 신부는 미얀마의 정글에 퍼져 있는 공소를 돌아다니며 선교 활동을 하던 중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아 순교했다.

보 추기경은 “웡 신부님의 활동 덕분에 미얀마 북부 지역에 사는 소수 민족 가운데에 신앙의 씨앗이 퍼질 수 있었다”며 “그의 헌신은 교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 추기경은 미얀마 교회의 복음화를 위한 과제로 교리 교육과 신앙 쇄신, 교회의 일치, 여성 인권 운동, 소수 민족 사목을 꼽았다. 그는 “오랜 탄압의 시기 동안 우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며 “민주화와 함께 시작된 복음화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미얀마 교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보 추기경은 아시아 교회 간의 교류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교회가 어려운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 고맙다”며 “한국 교회와 미얀마 교회는 물론 아시아 각 교회가 형제 관계를 맺으면서 같이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