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태아 태교 돕는 ‘친정 언니들’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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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동안 임신부와 태아를 위해 태교 봉사를 해온 청담동본당 봉사자들. 오른쪽부터 백윤정, 정지원, 김지연, 권니은씨, 태교모임 담당 이엘카나 수녀, 박윤희씨. |
서울 청담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에는 8년 동안 임신부와 태아를 위해 태교 봉사를 해온 ‘친정 언니들’이 있다. 사계절이 여덟 번 바뀌는 동안 새 생명을 품어 두렵고 떨리는 새내기 엄마들을 동행해왔다. 6개월 동안 매주 두 차례씩 총 12회 진행되는 태교 모임 봉사자로서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왔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생부터 20대 자녀를 둔 엄마다. 지금까지 106명의 아기가 이 모임을 거쳐 세상의 빛을 봤다.
“임신한 순간 인생에서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는데, 자녀를 먼저 출산한 선배로 신앙 안에서 임신부들과 함께한다는 게 기쁩니다.”(대표 봉사자 백윤정 로사)
이들은 2012년부터 본당 신부 요청으로 태교 모임을 시작했다. 저출산 시대에 가톨릭교회의 생명 존중 이념을 바탕으로 생명을 품은 신자와 일반 임신부를 돕자는 취지였다. 태교 모임을 하기 전 봉사자들은 교구 유아부에서 6개월간 태교 교육을 받았다.
‘태아를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태교 모임은 생명에 대한 교회 가르침,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모 역할 등을 주제로 한 사제 강의로 진행된다. 강의에 이어 간단한 유아용품 및 성물, 소품을 만드는 시간도 마련된다. 석고 방향제를 비롯해 아기 손수건, 묵주 팔찌 등을 만들어 왔다. 수제인형 작가로 활동하는 봉사자 정지원(그라타, 46)씨 아이디어와 손끝에서 나오는 작품이 많다. 1년에 두 차례 임신부와 영유아를 위한 미사도 봉헌한다.
태교 모임은 출산 후 산후조리와 함께 자연스러운 냉담으로 이어지는 신앙 공백기를 미리 방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임신부들이 출산 후 자녀들이 유아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문자도 보내고, 대부모도 연결해 준다.
이들은 오래 시간 함께 봉사해 온 만큼 관계가 돈독하다. 가족 여행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생기면 서로 자리를 채운다. 자주 빠지게 돼 그만두려고 했던 한 봉사자는 “친정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간식과 교구를 챙기고, 회계 담당, 아이템 관리 등 봉사 영역이 나뉘어 있다.
태교 모임 봉사를 하며 자녀는 하느님 선물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건 덤으로 주어지는 은총이다. 봉사자 권니은(엘리사벳, 41)씨는 “태교 모임에 오는 태아들을 보며, 내 아이에게 태교를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생긴다”며 “내 아이에게 더 잘해주게 된다”고 털어놨다.
임신 기간 성당에 있는 시간만으로 충분한 태교가 된다는 이들은 임신부가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원씨는 “은총도 내리사랑이라고,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갚을 길이 없듯이 태교 교육을 받은 임신부들의 사랑과 보답이 내리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