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태법, 태아 생명 보호에 실질적 도움돼야

(가톨릭평화신문)


두 달 전 헌법재판소는 현행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낙태죄는 2020년 말까지만 효력을 갖고,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회는 입법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하지만 여성계와 종교계는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의 무게 중심을 다른 곳에 두고 있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법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무게 중심은 두 축으로 갈린다. 낙태한 여성에게 형벌은 너무 과했으므로 다른 방식으로의 낙태 규제인지, 낙태는 범죄의 굴레를 벗었으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문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에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또한 임신한 여성이 결정 가능 기간 중에 낙태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충분히 숙고한 후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임신ㆍ출산ㆍ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의 생명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낙태를 규제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주는 데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논의가 태아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형법에 낙태죄 조항을 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국회는 입법 과정을 통해 임신과 출산, 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에 무게 중심을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