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통스럽다면 마음순례를 떠나보세요

(가톨릭평화신문)



인생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일 뿐일까. 혹은 죗값의 여정으로만 치부할 수밖에 없는 게 삶인가. 그러나 신앙인에겐 사랑과 희망의 화수분이 돼주는 삶의 주인이 있다. 주님이 계시기에 어떠한 고통도 그 끝은 감사일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이선우(벨라지아) 작가는 35년간 중고등학교 수학교사였다. 은퇴 후 남들 한 번 가기도 힘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2번이나 다녀왔다. 원치 않은 이혼과 냉담, 그리고 말 못 할 고통의 자국들은 순례길 위에서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두 번의 순례 후 저자는 세 번째 순례길에 오른 기행문을 책으로 펴냈다. ‘마음순례’다.

저자는 시어머니 때문에 주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 이혼 후 자녀들로부터도 ‘엄마’라는 지위를 잃고 외면당해야 했다. 직장 동료도, 사제도 내 편이 아니었다. 순례를 다니며 홀로 서는 연습과 마음 단련에 매달렸고, 마음순례를 하면서 저자는 조금씩 깨달음을 얻었다. ‘아!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이구나.’

저자는 넓고 큰 하느님의 뜻을 보려 하기보다 눈앞의 박해와 당장의 고통을 보는 데에만 익숙해 있었음을 고백한다. 돌아보면 시어머니의 박해에도 주님을 택한 것이 저자의 믿음 아니었던가. 그는 이후 성모님께 아이들을 지켜 달라고 기도하고, 모든 일을 성사시켜주실 분은 오직 하느님뿐임을 다시금 굳건히 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고통과 역경이었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글은 뒤로 갈수록 감사와 용서, 칭찬 같은 주제로 옮아간다. 정갈한 문장과 마음을 잘 담아낸 필력이 독자를 순례에 동반하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다. 더욱이 신앙인의 삶은 누구나 고통에서 시작해 기도와 묵상, 순례를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간다. 저자의 마음순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