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이끄심(임두빈, 안드레아, 생활성가 가수)

(가톨릭평화신문)


익숙하고 밋밋했던 것도 그 배경과 의미를 알게 되면 깊은 감동이 되어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표기법의 기원은 귀도 다레조(Guido d’ Arezzo, 990~1050)에 의해 확립되었고, 각 음계의 이름은 요한 세례자 탄생 축일 저녁 기도 시편 첫머리 단어들의 약자로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제자들의 입술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선포한다”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앙인인 저에게도 음악은 찬양이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미사 때 성가를 가장 크게 부르던 소년이었습니다. 성가를 부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가 느껴졌고 기쁨이 솟아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청년이 되고 성령의 이끄심으로 전국을 다니며 봉사를 통해 신자들과 성가의 기쁨을 나누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은총이 있는 곳엔 사탄의 방해가 있고,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오해에서 비롯된 모함과 시기 질투도 있었습니다. 또한, 가장 견디기 힘든 시련의 고통은, 10여 년의 시간 동안 겪은 생활의 어려움이었습니다.

한때는 “그냥 포기할까?” 아니면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갈등과 유혹도 있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성가를 통해 하느님의 강한 부르심을 느꼈고, 그때 주셨던 “실로 황금은 불 속에서 단련되고 사람은 굴욕의 화덕에서 단련되어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집회 2,5)는 집회서의 말씀에서 큰 감동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인내의 시간 동안 스스로를 단련시키다 보니, 많은 성가를 작곡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들이 여러 성가제의 수상과 많은 음반을 만들 수 있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지금까지 23년 동안 생활성가 가수, 작곡가, 교회음악 기관의 직무자로 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셨고,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도록 하셨습니다. 익숙함이 지속되다 보면 안주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상과 타협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저의 약함 가운데 강함이 되어주시는 자비의 하느님께 의지하고 기댈 수 있음에 위안을 받습니다.

코헬렛 3장 11절을 보면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라는 희망의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전에도 계셨고 현재도 계시고 앞으로도 함께 계실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다 보면 하느님께서 그때를 마련해 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리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