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에 ‘응답하라 1978’ 게재

(가톨릭평화신문)



어! 이건 뭐지? tvN이 방송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아니고 주보에 웬 ‘응답하라 1978’?

14일 주일, 성당에 미사를 봉헌하러 온 신자들은 서울주보를 받아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자들은 주보를 훑어 내려가다 중간에 있는 교회 소식과 여고생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를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린 눈치였다.

“금호동성당의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신자 부부는 마석성당의 건립을 위해 85만 2220원을 희사했다. 별로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이런 목돈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는 교형자매가 계시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기만 하다.”

“청담동성당의 박 요세피나씨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어린 두 자녀를 키우기에 벅찬 생활 속에서도 도곡동성당 건립기금으로 10만 원을 봉헌했는데 더 바칠 능력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유물인 결혼반지(금반지 2돈반)를 바쳤다고 한다.”

이 소식은 1978년 7월 23일 서울주보 3면 교회 소식란 ‘각처에서 열매 맺는 소박한 신앙’에 실린 내용이다. 지금 이렇게 교회 소식을 싣는다면 개인정보 누출에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발행되는 주보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건 사실이다.

여고생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도 흥미롭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여고생들의 심성 발달과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위한 강좌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여고생들은 신청해 주십시오”라는 공지 아래 장소는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원, 참가비는 1인당 3천원’, 신청은 7월 3일부터. 단, 전화 신청은 불가함이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41년 전은 남녀공학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수녀원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여학생들을 위한 강좌를 따로 마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누구나 들고 다니는 핸드폰을 생각하면 전화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점도 이채롭다. 이제 50대 후반이 됐을 그때 강좌를 들었던 여고생들은 14일자 주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국장 유환민 신부) 서울주보 편집팀은 “연간 단위로 진행하는 주보 기획 중 40여 년 전 서울주보의 역사를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서울주보 응답하라 1978’을 기획하게 됐다”며 “홍보국에서 15년째 근무한 서울주보 역사의 산 증인인 허영엽 신부가 기고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주보는 앞으로 ‘응답하라 1978’을 통해 서울주보의 재미있는 코너나 교회 소식을 발췌하고 교회의 역사와 인물, 주요 사건을 해설하고 이를 통해 교회의 현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응답하라 1978’ 기고를 맡기로 한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엽 신부는 “본당별로 주보를 따로 만들던 상황에서 새로 시작한 게 교구 주보였다"며 “그래서 보다 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신자 공동체 서로를 적극 돕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주보는 교회 역사의 산증인으로 과거의 주보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며 “우리 교회가 나아갈 길이 과거 주보에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서울주보는 41년 전인 1978년 5월 7일 3쪽 분량으로 처음 발행됐으며 현재 2239호(7월 21일 자 기준)에 이르렀다. 전면 컬러, 교리와 교회 소식, 교회 내 단체 알림을 담고 있으며 서울주보를 대표하는 코너 ‘생명의 말씀’, ‘말씀의 이삭’은 주보 열독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주보는 현재 매주 21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