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나는 자네 부부의 주님을 믿고 싶네(신상옥, 안드레아, 생활성가 가수)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저에게 안타까운 이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고인이 되신 고모부 이냐시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제가 신학생이었던 시절, 학식도 높고 인품도 좋으셨던 고모부는 저에게 친구 또는 형님, 스승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고모부는 주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간다고 했을 때 냉철한 질문을 하면서 저를 당혹하게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상옥아, 결국 믿어야 할 건 누구도 아니고 너 자신, 너뿐이야. 진리를 찾아가는 것은 좋지만, 주위를 살피면서 살아”라면서 저에게 충고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신앙을 무섭게 박해하던 할머니도, 삼촌과 사촌 동생들도 우리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모두 신자가 됐지만, 고모부만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고모부 가정을 천주교 신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끔 만나서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하면 항상 웃으시면서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사랑할 뿐이야”라고 말씀하시며 좀처럼 주님께 마음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아쉬울 것 없는 삶을 사셨기에 전교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고모부를 위해 제 아내 소피아와 함께 꾸준히 기도하던 어느 날, 고모부가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너무 심해지신 고모부는 저희 부부를 불러 두 가지를 부탁하셨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과 ‘내가 아끼던 조카의 종교인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고 죽고 싶다’는 부탁이었습니다. 저희는 슬픔을 뒤로한 채 곧바로 신부님을 모시고 가서 고모부가 ‘이냐시오’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으실 수 있게 해 드렸습니다.

그 후 고모부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부부가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때가 되면 항상 전화하고 노래를 불러주며 나에게 기쁨을 주고, 부족한 나를 어른으로 대접해 주어서 고마웠다. 어렸을 때부터 모진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오직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이제는 내려놓고 마지막을 주님께 맡기고 싶어. 인생은 나 혼자가 아니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또 그 사랑을 만든 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인정한다.”

고모부 이냐시오! 이제는 천주교라는 한배를 타고 같이 기뻐하며 같이 슬퍼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혼자가 아닙니다. 부모와 형제, 친구, 사랑하는 주님이 있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이제는 주님 안에서 함께 찬양하고 기뻐하게 된 하늘나라에 계신 고모부를 위해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