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32)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하기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100일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하기’ 포스터.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마태 6,31)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는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할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 행복할까? 갖고 싶은 최신형 휴대폰을 사면 행복할까? 사고 싶던 멋진 자동차를 사면 행복할까? 처음에는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때뿐, 곧 기쁨은 사라진다. 어떤 것을 쟁취했을 때 우린 행복을 느끼지만,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하기(100 Dinge, 100 Things, 2018)’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우린 전부 가진 세대예요. 먹고 싶을 때 먹고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왜 우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까요?” 우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대에는 먹을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주변에 음식점들과 먹을거리들로 넘쳐난다. 물건도 마찬가지이다. 필요한 물건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쓸 만한 물건인데도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평균 1만 개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필요한 건 아닐 텐데도, 우린 항상 결핍을 느끼거나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며 물건을 산다. 마치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행복해진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물건을 사는데도 이전과 비교해서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행복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닐까?

영화에는 어릴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폴과 토니가 등장한다. 둘은 술에 취해 내기를 한다. 모든 것을 버린 후에 하루에 물건 한 개씩만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티는 내기이다. 그들이 갖고 있던 물건들은 창고에 맡겨지고 그들은 알몸이 된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필요한 물건을 찾아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미니멀라이프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물건이 늘어나면서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폴과 토니의 내기가 알몸의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에 알몸으로 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들이 하나씩 물건을 채워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태어난 우리도 하나씩 필요한 것들이 생기게 된다. 그들은 과연 영화의 제목처럼 100개의 물건을 가지게 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문득 자연으로 돌아가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 생각난다. 자연의 소박함 속에서 삶의 여유와 자유를 누리려 했던 소로우. 우리에겐 지금 필요한 건 그의 지혜인 것 같다. 9월 12일 개봉

 

 

 

 

 

 

 
▲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 영화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