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계임 성녀 유해 일부, 서울 거여동성당에 안치

(가톨릭평화신문)
▲ 거여동본당 신자들이 7일 순교자의 밤 행사에서 허계임 성녀 유해에 친구하고 있다.



서울 거여동본당(주임 김영춘 신부)이 허계임 성녀 유해를 성당에 모셨다.

거여동본당은 7일 성당에서 순교자의 밤 행사를 열고 성녀 유해 안치식과 성화 축복식을 했다. 신자들은 유해에 입을 맞추는 친구(親口) 예식을 통해 성인의 삶과 순교 영성을 몸과 마음에 새겼다. 성인 초상화는 본당 신자인 강미숙(마리아) 작가가 재능기부로 제작했다. 행사에는 신자 260여 명이 참석했다. 청년 성가대와 성인 성가대도 함께 해 순교자의 밤 행사를 거룩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김영춘 신부는 “한국 순교자가 주보인 우리 본당에 103위 성인 중 한 분인 허계임 막달레나 성녀 유해를 모시게 된 것은 본당의 기쁨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해를 보면서 항상 기도하고 한국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아 지금 우리의 삶에서 믿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김 신부는 한국 순교자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본당에 순교자를 현양할 상징물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신자들이 평소에도 순교 신심을 가까이서 느끼려면 순교성인 유해를 본당에 안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6월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 본당에 방문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성인 유해 안치의 필요성을 말씀드렸고, 절두산순교성지에 안치돼 있던 허계임 성녀 유해 일부를 모실 수 있게 됐다.

김 신부는 “올해가 기해박해 180주년인데, 기해박해 때 순교하신 성인 유해를 안치하게 돼 더욱 뜻깊은 순교자 성월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본당은 조만간 감실 옆에 유해 안치대를 마련, 성당에 오는 신자들이 언제든지 성인 유해를 보며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성녀 허계임 막달레나(1773~1839)

시누이를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된 성녀는 천주교를 싫어하는 남편 몰래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남편의 폭행과 박해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을 지킨 성녀는 자신의 두 딸도 입교시켰다. 성녀는 자녀들에게 항상 신앙의 모범이 됐는데 이에 영향을 받은 두 딸 역시 순교했다. 성녀 이영희 막달레나(1809~1839), 성녀 이정희 바르바라(1799~1839)가 허계임 성녀의 딸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