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우리에게 외교적 해법이란 무엇인가(김태균, 그레고리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일본 아베 정부의 계획된 경제 보복과 일방적인 ‘한국 때리기’에 대한 한국의 합리적인 대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보수와 진보를 가로지르는 정치적 스펙트럼과 일본과의 정치적 친밀도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일본의 졸렬한 공격에 날 선 보복 정책으로 맞대응하자는 전략에서부터 일본과의 중장기적 관계를 고려하여 유화 정책을 선택하자는 주장까지 한국의 대응책은 정치공학적 온도에 따라 그 해법을 달리한다. 그러나 다양한 전략이 공통으로 한일 갈등의 접근법으로 강조하는 ‘신기한’ 해법이 있다. 좌우를 떠나 모든 정파가 이른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일본과 끝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통해 작금의 한일 갈등을 봉합하자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식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외교적 해법’이 도대체 무엇인가? 아베 정권이 외교적 대화와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한국 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어떻게 시도하겠다는 것인가? 작금의 한일관계에서는 외교적 해법이란 핑계로 소극적이거나 굴욕적인 관계를 설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진정한 외교적 해법이 구사되기 위해서는 양 정권이 동시에 일보 양보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교환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한 해법으로 외교적 수단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외교적 해법이란 수사로 현 갈등국면을 무마하는 근시안적 접근은 다음에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우리는 보다 냉철하게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지지할 수 있는 다자외교를 기획하여야 한다. 독일과 달리 아직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우경화 경향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동조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에 이번 제74차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기대를 걸어 본다.

일본을 제외한 주변국 외교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이 동북아 안보와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여야 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기정사실로 하는 일본 정부의 오만함과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의 허용 등 식민지 제국주의 잔재를 21세기에 다시 부활시키려는 일본 정부와 우익의 망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민주세력의 선봉에 한국이 서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인류 공동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와 규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에 동조하는 아시아 주변국의 민주주의 세력과 연대하여야 한다.

진정한 외교적 해법은 단순히 외교 채널의 일차원적 복구를 통해 완성되지 않는다. 국내외 민주적 시민사회를 적극적으로 소환하고 일본 내부의 민주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대일본 외교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아베가 가장 두려워하는 정치 집단은 아마도 일본 내부에 형성되는 반아베 시민사회의 정치화일 것이다. 따라서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일본 스스로 우경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민성의 회복이 중요하다.

이러한 싸움은 짧게는 아베 정권의 말로까지, 길게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일본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정착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정한 의미의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고 이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 내부의 단합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내분을 줄여나가며 새로운 한일관계 설정을 위한 대한민국 국민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