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사회교리] (37)살 제대와 돌 제대

(가톨릭평화신문)
 
▲ 최원오 교수

 

 


“그대, 그리스도의 몸을 공경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헐벗으신 그분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이곳 성전에서는 그분께 비단옷을 입혀 공경하면서, 저기 바깥에서 추위와 헐벗음에 떨고 계신 그분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 그리스도의 식탁에 금으로 된 잔들이 가득해도 그리스도께서 굶주림으로 돌아가신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먼저 배고픈 이들을 넉넉히 채워주고 난 다음 남는 것으로 제대를 장식하십시오. 금으로 된 잔은 주면서 물 한 대접을 주지 않겠습니까? 식탁은 금으로 된 식탁보로 꾸미면서 필요한 옷을 주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여기서 무슨 유익이 나오겠습니까?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십시오. 먹을 것 없는 사람을 보면서도 그를 그대로 놓아두고 거룩한 식탁을 금으로 온통 둘러싼다면 그리스도께서 고마워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분노하시겠습니까?

남루한 옷을 입고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그에게 옷을 입혀 주지는 않고, 그리스도께 공경을 바친답시고 금으로 된 기둥을 세운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모욕하고 조롱한다고 생각하시지 않겠습니까?

밤에 거처를 찾아 헤매는 나그네를 볼 때도 그리스도를 생각하십시오. 그러나 여러분은 그 나그네 안에서 그리스도를 모셔들이기는 거절하고 성전의 바닥과 벽과 기둥머리를 장식합니다. 등잔에다 은으로 된 사슬을 매달면서도 감옥에서 사슬에 묶여 계신 그분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전을 장식할 때 고통받는 형제를 멸시하지 마십시오. 그는 돌로 된 성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성전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복음 강해」 50,4)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

이 대목은 마태오복음 25장 최후의 심판에 관한 가장 탁월한 교부 해설로 손꼽힌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349~407년)는 390년경 마태오복음을 90차례에 걸쳐 풀이한 긴 강론집 「마태오복음 강해」를 펴냈다.

가난과 병고를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가장 작은 이들 안에서 흐느끼고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 뵙고 섬기는 일이 돌로 된 웅장한 성전과 아름다운 제대를 꾸미고 장식하는 일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진리를 장엄하게 선포한다.

전 세계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연중 제21주간 토요일이면 요한의 이 소중한 가르침을 묵상하면서 독서의 기도를 바친다. 주님의 현존인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보편 교회의 다짐이기도 하다.



성찬과 사회 정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성체성사에서 사회 정의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근본을 읽어낸 몇 안 되는 교부다. “그리스도의 몸이 제대에 내려올 때 그대는 교회의 제대를 경배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인 가난한 사람이 굶어 죽어가도 그대는 그를 멸시하고 무심히 내버려 둡니다.”

돌 제대 위에 내려오시는 그리스도께는 금실로 수놓은 제대포가 아닌 깨끗한 마음이 필요하고, 살 제대 위에 내려오시는 그리스도께는 우리의 연대와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이들을 섬겨 모시는 일을 성체성사, 곧 영성체 차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혁명적 성사론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