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촌살리기운동 25주년] 7. 유기순환농업을 위한 자급퇴비 마련과 소 입식 운동

(가톨릭평화신문)
 
▲ 이태식(왼쪽), 심영대 농민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철회 회장의 우사에 들러 우리농 입식소에 먹이를 주고 있다.

 

 
▲ 지난 2012년 구제역으로 자신이 키우던 38마리의 소가 살처분 당한 뒤 소를 키우지 않는 심영대(왼쪽) 농민이 7월 수확한 양파를 손에 들고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권기찬 부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온혜분회에서 주관하는 밀서리 현장 체험에 함께한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손바닥에 밀을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가농 안동교구 연합회 제공

 

 


‘약탈적 화학 농법’이 대세다. ‘조용한 암살자’로 불리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생명을 길러내는 터전이자 어머니인 땅을 황폐화했고, 하느님 창조질서를 파괴했다. 가톨릭 농민들은 그래서 생명공동체를 향한 대동 세상을 지향하며 생명농업을 실천해 왔다. 자연의 순환 원리에 초점을 맞춘 ‘유기순환적 생명농업’이었다.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공생하도록 함으로써 미래세대에도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어렵지만, 힘겹지만, 가톨릭 농민들은 신앙인으로서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으로서 생명농업을 지켜왔다. 그 유기순환농업 실천 현장을 찾았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흔하디흔한 시골이지만, ‘특별한’ 마을이기도 하다. 한국 유학의 거두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탄생지다. 해서 온혜리의 도로명 주소는 ‘퇴계로’다.

가톨릭 농민운동에서도 온혜리는 생명농업을 열심히 실천하는 공동체로 잘 알려져 있다.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온혜분회(분회장 김철회)는 소 입식과 자급퇴비 마련을 통해 유기순환적 농사 체계를 구현한다. 도시민들이 지원해준 자금으로 암송아지를 들여다 키우며 자급 퇴비를 만들고 농사를 짓는 순환농법을 실천하고, 다 키운 소는 암송아지 입식 자금을 지원해 준 도시 생활 공동체와 ‘소 나눔’을 한다.

온혜분회장을 지낸 이태식(61)씨와 주춘희(57)씨 부부가 소 키우는 일을 본격화한 건 14년 전부터였다. 그전에도 집 근처 외양간에서 몇 마리 키웠지만, 396.69㎡(120평) 크기 우사를 짓고 본격적으로 소 사육에 들어간 건 2006년 무렵이었다. 지금 키우는 소는 모두 40두. 이 가운데 7∼8마리가 우리농 도시 생활공동체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입식한 소다.

이들 부부 역시 농사 부산물인 볏짚이나 건초를 잘게 썬 뒤 보릿겨, 싸라기 등 강피류(糠皮類)를 넣고 쇠죽을 쑤어 먹이던 옛날 방식대로 소를 키운다. 물론 지금은 여름에 풀을 뜯기거나 쇠꼴(생풀)을 베어다 먹였던 일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볏짚을 썰어 삶은 여물을 먹이고 깔짚으로 깔아줘 두엄을 만들던 방식은 그대로 살렸다. 우사에 왕겨나 짚, 톱밥 등으로 깔짚을 넣고, 소똥을 여름엔 사나흘, 혹은 보통은 일주일 간격으로 우사에서 꺼내 쌓아놓은 뒤 썩혀 두엄, 곧 자급퇴비를 만든다. 이를 이용해 농작물을 키우고 다 키운 소는 나눔을 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시킨다.

온혜분회원 심영대(60)씨는 소를 사육하지 않는다. 2012년에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자신이 키우던 38마리의 소를 매몰해야 했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대신 이 전 회장에게서 퇴비를 공급받아 마늘과 양파, 고구마, 단너삼(황기) 등을 재배하고, 노랑 차조와 청 차조 등 토종 종자 보전에 주력한다. “농토가 밭만 3만 3057㎡, 1만 평쯤 되는데, 2003년부터 유기농을 하면서 산에서 소를 방목하며 키우고 자급 퇴비를 썼습니다. 그런데 구제역 탓에 소를 매몰하면서 트라우마가 컸어요. 1년 정도 가더라고요. 요즘도 남의 우사에 다녀오면 꿈속에 살처분 당하던 소가 떠올라 가슴이 아픕니다. 유기농이라는 게 일반 관행농의 서너 배는 힘들고, 심지어 손발톱 다 빠지고 손가락이 굽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생명의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두고 농사를 짓습니다.”

우리농 입식소 운동은 이를 위해 도시민들이 6∼7개월령 350만 원짜리 암송아지를 사서 농가에 제공하고 자급 퇴비를 생산해 거름으로 쓰도록 한 뒤 52개월에서 60개월쯤 크면 쇠고기로 도시 본당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유기 순환농법에 이바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농법에 참가하는 가톨릭 농가는 많지 않다. 온혜분회도 전체 14농가 중 소를 키우는 농가는 3농가에 불과하다. 이태식 전 회장 부부가 키우는 40여 두에서 나오는 자급퇴비는 자신과 인근 5∼6 농가에 제공하고, 현 온혜분회장 김철회ㆍ신갑수씨 부부, 금동중ㆍ김성희씨 부부 두 농가에서 키우는 20여 두는 그저 자급자족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이는 온혜리의 경우 가축사육 제한 지역이 90%나 돼 소 키우는 일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낙동강 상류여서 수원지 보호 문제도 있고, 또 도로변은 냄새 때문에 사육에 제약이 많다.

또한, 자급퇴비를 한꺼번에 뿌려 소비할 수 있는 농토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자급퇴비를 보관할 퇴비사가 부족해서다. 퇴비사를 새로 지으려해도 330.57㎡(100평) 기준으로 4000만 원이 넘게 들기 때문에 이 역시 쉽지 않다. 볏짚이나 퇴비를 살포할 80∼100마력짜리 트랙터 구매에도 5000만 원이 훌쩍 넘게 든다. 이 전 회장은 우사를 신축하느라 든 몇천만 원도 10년 걸려 겨우 갚았다며 퇴비사 신축은 고민이라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자급 퇴비 마련을 위한 암송아지 입식 지원 운동은 ‘공장형 축산’ 문제에서 벗어나는 대안이다. 소를 몇 마리씩 농가에서 분산 사육하면,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방지하고 살충제 계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농사 부산물을 이용한 자급 사료를 마련하고, 기업형의 독점적인 쇠고기 유통이나 육류 의존적 삶에서 탈피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해서 다른 생협에서도 공장형 축산에서 탈피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우리농 입식소 운동의 가장 큰 효과는 역시 우리농 도시ㆍ농촌 생활 공동체가 함께하는 유기순환적 농사체계 만들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권기찬(요셉) 부장은 “그래서 2004년부터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암송아지 입식지원운동과 소 나눔이 시작됐다”며 “도시 생활공동체는 1년에 한 번 암송아지 입식 자금을 농촌으로 보내고 송아지를 낳으면 생산자에게 보탬이 되고 그 소가 다시 고기로 도시 생활공동체에 돌아와 건강하고 안전한 소 나눔이 실현되는데, 이것이 ‘도ㆍ농이 함께하는 농업’”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