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태국·일본에 선교 사명 북돋고 평화의 메시지 전한다

(가톨릭평화신문)
▲ 일본 교회가 제작한 교황 사목방문 로고는 순교자를 상징하는 붉은 테두리 안에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성모님의 푸른 불꽃, 일본의 녹색 자연을 뜻하는 초록 불빛이 어우러진 형상이다.



오는 20~26일 태국과 일본을 사목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세부 일정이 나왔다.

교황청 공보실이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교황은 19일 로마를 출발해 20일 태국 방콕에 도착, 이튿날인 21일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교황의 태국 방문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목방문 이후 35년 만이며, 일본 또한 38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아시아 지역 사목 순방은 지난 2017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순방 이후 2년 만이다.

태국과 일본은 모두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가 안 되는 약 4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지역 교회다. 그렇기에 교황은 태국과 일본 교회에 미래를 위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더욱 북돋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태국 사목방문은 ‘그리스도의 제자들, 선교하는 제자들’이란 주제 아래 1669년 설정된 태국 교회 샴대목구 350주년과 1969년 맺은 교황청과 태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복음의 씨앗이 지속해 자라는 태국 신자들의 선교 사명을 북돋는다. 교황은 또 올해 3월 총선 이후 기존 군부 정치세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태국 정치권에 평화로운 민주사회 건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교황은 21일 방콕에서 태국 정부 관계자와 외교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뒤 불교사원을 방문해 태국 불교의 최고지도자와 인사를 나눈다. 암폰 왕궁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을 만나고, 국립경기장에서 태국 신자들과 공식 미사를 봉헌한다. 22일에는 방콕 성모승천 주교좌성당에서 태국의 젊은이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아시아 주교단 및 이웃 종교 지도자들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한다. 태국 내 병원을 방문해 장애인, 노인들과도 만나는 등 불교국가에서 선보일 교황의 평화와 화합, 위로의 행보가 이어진다.



일본 메시지 핵심 ‘비핵화’

교황은 일본에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도쿄를 차례로 방문한다.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 주제는 핵무기 위협을 종식하자는 뜻으로 ‘모든 생명을 보호하게 하소서’(Protect All Life)로 정해졌다. 교황은 23일 도쿄에서 일본 주교단을 만난 데 이어, 24일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를 전한다. 나가사키 원폭공원을 방문하고,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가사키의 26위 성인도 참배하며, 나가사키 야구장에서 성대한 미사도 주례한다.

25~26일에는 도쿄대교구 성모마리아 주교좌성당에서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5만 명을 수용하는 도쿄돔에서 미사를 주례한다. 아베 총리와 나루히토 일왕도 만난다.

특히 일본 정부와 교회는 이번 교황 방문이 핵무기 위협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핵 폐기를 요구하는 평화 호소문을 발표해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듯이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핵무기 없는 지구촌을 위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들은 내년 핵무기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2020 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있어 교황의 메시지는 더욱 주목된다. 이를 위해 일본 교회는 1945년 원폭 투하 74년 만에 미국으로부터 나가사키 우라카미성당의 십자가를 반환받아 이를 ‘원자폭탄 십자가’로 이름 짓고, 교황 방일 때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도 이번 교황의 아시아 사목방문 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국제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 소속 사제와 평신도들도 나가사키를 방문해 교황 미사에 참여하고,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평화와 치유를 위한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 오른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태국 사목방문 로고. 성모님의 손길 위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돛을 단 태국 교회가 복음화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