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게 사랑 베풀며 예수 닮아야”

(가톨릭평화신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17일 바오로 6세홀에 초대된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17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이 초대형 일일 오찬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주인공들은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한 가난하고 소외된 삶을 사는 이들 1500여 명이다. 자원봉사자 50여 명은 앞치마를 두르고 150여 개 테이블에 따끈한 감자와 버섯크림 소스를 곁들인 치킨과 라자냐,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바삐 날랐다.

교황도 같은 메뉴로 식사하며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교황과 마주앉아 정성스럽게 마련된 식사를 한 이들은 하나같이 환한 미소 일색이었다.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교황청이 마련한 환대와 기쁨의 오찬 풍경이다.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바티칸은 어느 때보다 소외된 이들과 형제애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대형 식탁에서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교황은 식사보다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다. 일일 웨이터가 된 봉사자에게 직접 식사를 주문한 교황은 둘러앉은 이들과 계속 대화하고, 안부를 묻는 모습이었다. 점심 한 끼는 그야말로 교황과 이루는 따스한 소통이었다. 교황은 초대된 이들에게 오히려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들과 가족에게 축복을 기도해줬다.

교황청은 올해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기념하며 약 일주일 동안 그들을 위하는 주간을 보냈다. 10~17일 교황청은 수십 명의 의사와 간호사, 봉사자 등 의료진을 고용해 성 베드로 광장에 대형 무료 진료소를 설치했다. 일주일간 특별히 가난한 이들에게 개방된 이 바티칸 진료소는 거리 노숙인 등 많은 이에게 독감 예방접종, 신체검사 등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줬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교황의 따스한 행보는 또 있었다. 교황은 15일 교황청 인근 병원을 깜짝 방문해 환자와 봉사자들을 약 1시간 만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인근에 새로 문을 연 4층 규모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쉼터 및 데이센터도 방문했다. 하루 최대 50여 명을 수용하고, 음식을 제공할 주방을 갖춘 이곳은 앞으로 산 에지디오 공동체 소속 신자들이 고용돼 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앞서 9일에는 가난한 이와 자원봉사단체 신자 등 7000여 명이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대형 무료 콘서트를 감상하는 기쁜 시간도 보냈다.

교황은 17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미사를 주례하며 그들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임무와 관심을 거듭 호소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에게 예수님과 같은 말을 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보물”이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단 한 사람이라도 가난한 이를 친구로 두고 있는지 자문해보라”고 청했다.

교황은 “우리는 삶에서 뒤처지는 이들이 우리를 짜증 나게 하거나, 어르신, 신생아, 장애인, 가난한 이들을 마치 쓸모없는 일회용품처럼 판단하기도 한다”며 “소수의 탐욕이 많은 이들의 가난을 증대시키는 것은 외면한 채 앞길만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의 눈에는 참으로 귀중하다”며 “우리는 하느님이 소외된 이들에게 지니신 것과 같은 만큼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이 가슴에 품은 하느님의 거처를 우리 또한 함께 지니고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느냐”면서 “위선이 아닌, 자선을 행해달라”고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과 실천을 거듭 요청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