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42)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Man of His Word’ 포스터.

▲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인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님의 외침이 다시금 들려오는 듯하다.

모두 열심히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지만, 그 종착지가 평화일지, 우리가 희망하는 곳일지. 정보가 너무 넘쳐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소리만 들으려 한다. 어떻게 우리는 진리를 얻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Man of His Word’는 기도 속에 십자가로부터 울려오는 “쓰러져가는 교회를 세우라”는 소리를 듣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최초의 교황으로 두 분의 모습이 겹쳐지며 교황은 온갖 사상과 이권으로 얼룩져 쓰러져가는 교회와 세상을 향해 살아있는 말씀이 되고 있다.

세월과 함께 이제 조금 노쇠해진 교황과의 인터뷰는 그 주제에 따라 그 대상과 있었던 활동으로 넘어간다. 교황은 큰 폭우로 처참하게 부서진 필리핀을 방문해 아이들의 손을 만져주고 그 피해 현장 앞에 마주 서서 기도한다. 아이들로부터 왜 좋은 궁을 두고 작은 방에 사는지, 왜 작은 차를 타고 다니는지에 대한 질문을 듣고, 기아와 전쟁을 피해 난민이 돼 바다를 떠도는 이들을 찾아 나선다. 죄수들의 발을 씻고 입을 맞추고, 가난한 아기 엄마의 발을 정성껏 닦아준다. 가정이 축복의 자리이지만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유쾌하게 표현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에게 감히 교황도 그들을 판단할 수 없다며 따스하게 품어주는 몫만이 있다고 하신다. 질문은 다양하고 민감하고 난감한 수준이지만 교황은 지혜롭게 단순하게 때로는 아이처럼 웃으며 답한다.

언론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대상이 종교인과 정치인이라고 한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정치적인 답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렇지 않다. 아주 개인적인 자기 생각을 말한다. 그럼에도 그 말씀이 도를 넘거나 과를 범하지 않는 것은 성령의 소리요, 공자가 말하는 지천명과 이순의 단계를 넘어 사는 까닭일까. 그가 가는 자리는 따스해지고 유머와 웃음, 감동과 눈물이 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으로 잘 알려진 빔 벤더스 감독은 오직 교황의 활동과 대화만으로 영화에 감동을 준다.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여전히 우리의 왕이요, 벗이요, 형제로 함께 살아계신 주님을 그분의 대리자 안에서 본다. 이 세상이 진리의 소리, 세상을 하나로 묶어줄 말씀으로 맑아지고 하나 되기를 희망한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