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약자들과 생태 살리기, 구원적 복음 선포와 연대 절실

(가톨릭평화신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바티칸에서 개최된 아마존 시노드 회기에 참석해 토론을 듣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아마존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 【CNS】

▲ 안봉환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12월 아침 미사 강론을 통해 묵묵히 사명을 실천하는 성경의 인물 요셉 성인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꿈은 진리를 찾기 위한 특별한 자리입니다. 하느님도 여러 차례 꿈을 통해 말씀하시는 방식을 택하셨습니다.”

‘꿈’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사용하는 주제어 가운데 하나다. 교황은 젊은이들뿐 아니라 노인들도 꿈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함에 있어 영감을 얻고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교황은 꿈을 통해 아기 예수의 양부이며 성모의 배필이 되는 소명과 용기를 얻은 요셉 성인처럼 우리가 위대한 일, 아름다운 것을 꿈꾼다면 하느님의 꿈에 결합할 수 있다는 관점을 후속 권고의 이정표로 제시하고 있다.



권고의 서론은 도입부(1항), 후속 권고의 의미(2~4항), 아마존을 위한 꿈(5~7항)을 다룬다. 본론은 네 개의 꿈, 곧 사회적 꿈(8~27항), 문화적 꿈(28~40항), 생태적 꿈(41~60항), 교회의 꿈(61~110항)을 각각 다룬다. 결론은 아마존을 위해 성모께 드리는 기도(111항)로 끝맺는다.

먼저 이 권고는 아마존 지역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있다.(1항) 교황은 아마존 시노드의 최종 문서가 제시한 ‘아마존 교회와 완전한 생태를 위한 새로운 여정’에 공감하면서도 권고에서 최종 문서를 인용하지 않고 이를 대체하거나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러나 교황은 아마존 교회가 최종 문서를 ‘전체적으로’ 읽고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아마존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의 것 곧 ‘우리의 것’이기도 함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이어 교황은 아마존을 위한 꿈(5~7항)을 네 가지로 전개한다. 아마존은 △가난한 이들, 토착 민족,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독특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존하고 △압도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잘 보존하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아마존 지역에 실현되어 교회에 아마존의 특성을 지닌 새로운 얼굴을 보여 줘야 한다.



제1장에서 교황은 사회적 꿈(8항)을 다루면서 아마존의 환경 파괴를 불의와 범죄(9~14항)로 규정하고, 수많은 불의 앞에서 분개하고 용서를 청할 것(15~19항)을 요구한다. 주변의 자연도 포함하는 인간관계의 공동체적인 의미(20~22항)를 강조하며 부패한 기관(23~25항)을 고발한다. 그러면서 아마존이 서로 다른 토착 민족들, 소외되는 이들과 사회적 대화(26~27항)를 이루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교황은 아마존 토착 민족들이 소수 권력층과 자본에 의해 노예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파괴와 살인, 부패를 양산하는 경제활동을 불의와 범죄라고 정의한다.(14항) 경제 논리에 따라 환경 파괴와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아마존에서 주로 희생되고 있는 토착 민족들,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그들의 존엄을 증진하고 싶은 교황의 마음이 간절하게 드러난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는 예언적 사명을 투명성 있게 실천하도록(19항) 부름을 받고 있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양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형제애와 연대의 정신을 길러야 한다.



제2장에서 교황은 문화적인 꿈(28항)을 다루면서 “아마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지닌 최상의 것이 드러나도록 돕는 것”임을 강조한다. 110개가 넘는 토착 민족들이 공존하는 아마존의 다양성(29~32항)을 떠올리면서 뿌리를 보호하는 일(33~35항)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 교황은 문화 간 만남(36~38항)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경계가 아니라 연결해주는 다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매스컴을 수단으로 하는 식민지화에 위협받는 문화와 위험에 처한 민족(39~40항)의 대안적 형태를 증진하도록 요청한다. 교황은 아마존의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토착 민족들의 문화가 바로 아마존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역설한다. 문화적 식민지화는 아마존의 고유한 문화가 상실되고 선진국들의 문화가 강제로 주입되는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문화의 다양성과 민족들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결과를 낳는다.



제3장에서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바탕으로 생태론적 꿈(41항)을 다룬다. 사람과 생태계를 돌보는 일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밀접한 관계(42항)임을 강조한다. 또 생명에 영향을 주는 아마존 강의 아름다움과 힘을 노래한 파블로 네루다와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며 물로 만들어진 꿈(43~46항)을 이야기하면서도 아마존의 울부짖음(47~52항)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평형은 아마존의 안녕에 달려 있고, 이 때문에 각국 정부의 책임이 더욱더 증진돼야 함을 촉구한다.

제4장에서 교황은 교회의 꿈(61항)을 다루면서 복음을 실현하려면 선교사의 위대한 선포가 늘 새롭게 다시 울려 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존에서의 필수불가결한 선포(62~65항)란 교리 규정이나 도덕적인 명령이 아니라 구원의 위대한 선포를 듣게 하는 것이다. 곧 아마존 민족들은 “복음 선포를 들을 권리”가 있는데 이런 열정적인 복음 선포가 없다면 모든 교회 체계는 비정부 기구에 불과하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을 인용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화를 전제로 하는 토착화(66~69항)를 언급하고, 환경 파괴와 폭력을 배제하고 문화의 회복을 돕는 아마존에서 토착화의 길(70~74항)이 사회적이고 영적으로 동시적이면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영적 토착화(75~76항)를 제시한다. 아마존의 성덕을 위한 출발점(77~80항)은 아마존 민족들의 모습과 특색을 잘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속 권고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전례의 토착화(81~84항)에서 성사를 다루면서 “가난한 이들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부분이다. 넓고 광활한 아마존 지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수행하는 직무의 토착화(85~90항)에 관해 교회의 구체적이고 담대한 응답은 성찬례를 더욱 자주 거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황은 모든 주교, 특히 라틴 아메리카 주교들이 선교 성소를 보이는 이들에게 아마존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사제들의 초기 양성뿐만 아니라 지속 양성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라(90항)고 초대한다. 교황은 생명이 넘쳐흐르는 공동체(91~98항)를 이루기 위해서는 종신 부제, 축성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 평신도의 다양한 참여와 활동이 우선적으로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교황은 여성의 힘과 선물(99~103항)에 관해 별도로 설명하며, 아마존 지역에서 강인하고 관대한 여성들 덕분에 신앙을 보전해 온 공동체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교회를 순전히 기능 구조로 축소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교황은 성모 마리아의 힘과 역할을 본받아 안정적이고 공적으로 인정받으며 주교의 위임을 받는 새로운 여성 봉사직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교황은 투쟁을 넘어 지평을 넓히고 한정된 시각을 뛰어넘으라는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서(104~105항)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더불어 사는 삶(106~110항)으로 공동선과 가장 가난한 이들의 증진을 위하여 함께 대화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리를 모색하자고 초대한다. 끝으로 교황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을 돌보고 사람을 돌보는 일에 함께 싸우고 함께 기도하고 협력하자(110항)고 촉구한다.





권고는 아마존 지역을 다루기 전에 복음화의 토양이 되는 사회적 여건, 문화적 특성, 생태 환경 그리고 교회 상황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충분한 숙고와 성찰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된 특징이다. 특히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시한 주제들을 아마존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지역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상황에서 참된 「복음의 기쁨」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사회적 영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올바른 식별을 하도록 초대한다.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받는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경 파괴에 맞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의 집을 보존하는 데 모든 이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찬미받으소서」와 「복음의 기쁨」을 정독하면 어떨까 싶다.



안봉환 신부(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