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코리안드림보다 당장 치료비 마련이 절실

(가톨릭평화신문)
▲ 베트남 공동체 우엔 반 하오 신부가 울고 있는 우엔 티 흥 한씨를 위로하고 있다.

▲ 우엔 반 하오 신부



“한국에서 성공해 부모님과 남동생들을 돕고 싶은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주노동자 상담실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우엔 티 흥 한(23)씨는 “2017년에 일반연수가 가능한 D4 비자를 받아 원광대 한국어교육원에 입학해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했다”며 “갑자기 쓰러져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아 큰 충격에 빠졌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키운 한국에서의 장밋빛 미래는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한국으로 치면 시골인 베트남 중부 탱잭 출신이다. 아버지는 목수 일을 하며 근근이 가족을 부양하는 상황에서 딸의 한국행을 위해 1500여만 원의 빚까지 졌다. 아버지는 전화기 너머로 흐느끼는 딸을 위로했지만, 딸의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서울의료원 사회사업팀의 도움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고 한숨 돌렸지만, 선천성 심장 질환이 발견돼 흥 한씨는 또 한 번 주저앉았다. 수술과 치료 비용만 9000여만 원.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병원비를 마련할 길도 없기에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맞았을까. 2019년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 도움으로 연이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흥 한씨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삶의 방향도 조금씩 잃어갔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을 때 꼭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불행은 집요하리만큼 흥 한씨의 목을 조여왔다.

심장 수술 후 외래 치료 중 좌측 다리에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 응급실에 입원해 MRI 검사를 한 결과 심한 근육염으로 인한 신경 손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급하게 염증 제거 수술이 필요한 상황. 치료비가 또 발목을 잡았다. 흥 한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병원 침대에 누워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일뿐이었다”고 말했다.

흥 한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베트남 공동체가 나섰다.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태 2300여만 원의 수술비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뇌와 심장 수술에 대한 경과를 지켜보며 약물치료와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재활과 치료에 필요한 돈을 더는 마련할 길이 없다. 비자 연장 신청을 못 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지 오래고 장시간 서 있을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몸이 됐다. 거주할 곳도 없어 친구 집에 신세를 지며 병원을 오가고 있다.

흥 한씨는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지만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며 “이 불행이 끝나고 가족 품에 안기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 우엔 반 하오 신부(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베트남 공동체 대표)

우엔 티 흥 한씨는 지속적 치료와 재활이 필요합니다. 부모도 형편이 어려워 도울 방법이 없고 흥 한씨보다 먼저 한국에 취업해 일하는 오빠가 치료비를 보태지만 역부족입니다. 형제자매님들의 기도와 후원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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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엔 티 흥 한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3일부터 2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