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55) 작은 아씨들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1)

1868년 출간된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동명 소설을 여덟 번째 영화화한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매사추세츠주에 살고 있는 마치 집안의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의 성장기를 다룬다. 남북전쟁에 참전 중인 아버지의 안전을 기원하며 어머니와 네 자매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운데에서 특유의 밝음으로 행복하게 산다. 이웃집 로렌스가의 손자 로리가 네 자매의 친구가 되면서 사랑과 우정을 키우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성인이 되어 일찍 결혼한 메그와 소설가가 되기 위해 대도시로 떠난 조, 음악과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성홍열을 앓게 되면서 아픈 베스와 화가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에이미는 재회와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개인주의가 보편화하여 가고, 가족이라는 굴레를 불편해 하는 시대에 이 영화는 고전적이지만 특별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네 자매는 티격태격하기는 하지만 연극 대본을 쓰고, 연극 연습을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타적인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더 가난한 이들과 기쁘게 나눈다. 그리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자른 조나 남편의 어려움을 알고 드레스를 팔아버린 메그의 모습처럼 가족 안에 고통과 어려움을 자리할 때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다. 그리고 함께 모여 결혼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을 나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가정은 신앙의 시작이자 완성을 이루는 곳이다. 신앙 안에서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신앙을 알려주고, 함께 기도 안에서 아이를 키워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창조의 신비를 살게 한다. 가정을 ‘소교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신앙 공동체에 예수님이 현존하시며 그 중심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도록 하시기 때문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와해는 예수님의 현존을 배제한 채 서로의 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 영화는 오래된 가족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상적인 가족의 모델을 보여준다. 신앙 안에서 개성이 강한 네 자매가 성장해 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도록 격려하면서 가족의 유대와 기쁨을 이웃들에게 확장해 나아간다.

‘워라벨’이라는 표현과 함께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려는 시대에 우리 삶의 중심에 가족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 안에서 어려울 때 용기를 얻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삶의 희망을 찾을 때 여기에 같은 신앙 안에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어 갈 때 우리는 우리 가정에 현존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기쁨과 평화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 조용준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