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자신을 버겁게 느끼는 엄마가 불안한 소녀

(가톨릭평화신문)

 

 
▲ 민서가 기운 없는 모습으로 방에 있는 어린이용 침대에 앉아 있다.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소피아(45, 가명)씨와 딸 민서(14, 가명)양은 서울 이태원 달동네 후미진 골목에 있는 반지하 주택에 산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집에 있는 월세 20만 원짜리 방 한 칸이 모녀의 터전이다. 나머지 방에는 다른 필리핀인들이 산다. 집에 사람은 6명인데 화장실은 고작 1개뿐. 이런 가운데 민서는 최근 초경을 했다. “아저씨들과 따로 화장실을 쓰고 싶어요.” 속삭이듯 말하는 민서 표정이 어둡다.

모녀가 사는 방은 3.3㎡ 남짓. 너무 비좁아 두 사람이 어린이용 침대에서 껴안고 잠을 청한다. 요즘 모녀는 이 답답한 공간에 꼼짝없이 갇혀 지낸다. 코로나19 탓이다. 소피아씨는 일하던 식당에서 잘렸고, 민서는 개학이 연기됐다. 더욱이 만날 사람도 없고, 마스크도 없는 처지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쪼개고 아끼며 방에서만 머물고 있다.

두 모녀가 붙어있는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소피아씨가 온종일 딸에게 하는 말이라곤 ‘너 때문에 죽겠다’, ‘보육원에 보내고 싶다’는 고함뿐이다. 가뜩이나 왜소한 데다 엄마 눈치만 계속 살피는 민서 모습이 작은 초식동물 같다.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자신을 버릴까 봐 딸은 늘 겁에 질려 있다.

소피아씨는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엄마 노릇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는 여섯 살에 친모를 여의고 계모의 냉대와 학대 속에서 자랐다. 2005년 한국에 와 결혼하고 남편에게 받은 것도 폭력과 멸시뿐이었다. 결국, 2012년 그는 남편과 이혼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일은 고됐다. 일곱 번이나 이사하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한번은 민서를 이태원 집에 놔두고 오산 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하다 ‘아동 학대’로 신고당하기도 했다. 삶은 절망적이었다. 딸의 존재도 짐처럼 느껴졌다.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그는 그토록 미워했던 계모를 닮아 있었다.

모녀는 얼마 전 주변 도움으로 전세임대 주택을 신청해 방 2개짜리 집에 선정됐다. 문제는 전세금 7000만 원. 현재 모녀의 전 재산은 고작 60만 원이다. 이사만 손꼽아 기다려온 민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새 집으로 꼭 이사 가고 싶어요. 따로 방을 쓰면 엄마도 저를 사랑해줄 것 같아요. 그럼 저도 꼭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희생해 남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될래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우정원(제노베파) 미리암 이주여성센터 소장

 

 

 

 

 
▲ 우정원 소장

 

 


이주여성들은 잘살아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입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힘들게 사는 소피아씨와 민서에게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두 모녀가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며, 사랑의 참된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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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454-000383-13-102



※소피아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5일부터 1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