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61)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양복과 롱코트가 잘 어울리는 까칠한 영국 신사 빌 나이는 사라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의 감정을 씁쓸하게 표현하면서도, 자신만의 법칙을 고수할 때 유머를 자아내게 하는 앨런을 연기한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알려줄지 매우 궁금하다.

앨런(빌 나이)의 큰아들 마이클은 어린 시절 동생 피터(샘 라일리)와 스크래블(가로세로 줄을 맞추며 알파벳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어가는 게임)을 하다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영화는 앨런과 피터가 신원불명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안치소로 향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세월이 흘러 피터가 청소년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는데도 자신의 아버지와 관계 회복은 쉽지 않다. 앨런과 피터의 관계를 보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스페인 속담이 떠오른다. 갑자기 실종된 큰아들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그로 인한 충격은 남은 두 사람 몫이 된다. 이들 사이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아버지의 탓도 아들의 탓도 아닌데 서로 만나면 형의 실종으로 무너진 과거의 시간에 머무르며 매사 엇나간다.

영화에서 집 나간 형을 탕자로 비유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돌아오지 않은 형 때문에 존재감 없이 자기방어가 심한 아이로 살아온 피터는 아버지에게 자신은 “짝퉁이고 형의 대체자였다”고 그동안 쌓였던 원망을 털어놓는다. 그런 그에게 “나는 짝퉁도 사랑한다”며 앨런 특유의 엉뚱한 표현으로 관객의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평소 낱말놀이를 즐기며 매우 박식한 앨런은 사물의 이름을 라벨지에 타이핑한 글자테이프를 붙이는 편집증적인 성격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공감력을 인정받는다. 유일하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으며 투덜대는 아들과의 관계만 풀리지 않는다. 손자 잭도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양복과 헤어스타일이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호감을 주면서 라벨스티커를 붙이는 할아버지의 습관까지 따라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실종된 아이를 둔 가족의 고통을 황량한 공원이나 쓸쓸한 호수, 매우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색채로 그려내 한 장 한 장 공들여 찍은 작품사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아버지가 50년 동안 산 집의 실내 인테리어도 빈티지와 모던함이 공존하는데 진한 초록색 톤의 주방 인테리어가 돋보이고 아들이 사는 규격화된 집들이 나란히 있는 영국식 주택도 상당히 이국적이다.

영화 후반부에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맞추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아버지와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피터가 손자, 며느리와 함께 낱말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편안한 얼굴을 한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행복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삶, 이런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가정을 꿈꾸었던 것’이다. 피터는 오랜 기간 아버지의 사랑을 알지 못해 힘들어했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다는 진리를 깨닫고 우리와 늘 함께 계실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기쁨으로 부활을 맞이해야겠다. 4월 2일 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