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풀 웨딩드레스·안전띠 가방… 지구를 지키는 착한 제품들

(가톨릭평화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고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찬미받으소서」 211항)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 환경 보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도 말이다. 5일은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교회 내 사회적 기업과 환경부에서 추천한 업체를 소개한다.



친환경 에코웨딩

결혼식으로 1년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0만 톤가량. 결혼식으로 발생하는 많은 양의 쓰레기가 원인이다. 결혼식 후 버려지는 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땅에 묻었을 때 썩지 않는다. 소각했을 때는 환경유해 물질이 발생한다. 결혼식을 위한 청첩장과 꽃장식 역시 모두 버려진다. 화려한 결혼식의 어두운 이면이다.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환경을 먼저 생각한 이유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이경재(크리스티나) 대표의 대학원 시절 개인전 주제였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 제작하는 웨딩드레스는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땅에서 생분해되는 소재가 주를 이룬다. 옥수수 전분이나 한지 섬유, 쐐기풀 섬유, 한산모시도 모두 웨딩드레스 소재다. 신랑 예복은 쐐기풀 소재로 제작하기도 한다. 웨딩드레스와 신랑 예복의 경우 결혼식이 끝나도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결혼식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모두 친환경으로 준비하도록 돕는다. 결혼식에 쓰이는 꽃장식은 뿌리가 살아있는 화분으로 장식한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면 하객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남은 음식은 포장을 해주거나 지역에 있는 홀몸노인이나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2010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또 2019년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탄소발자국 인증도 받았다. 탄소발자국은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 생산,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통해 결혼한 부부는 800쌍이 넘는다. 이 대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결혼식이 환경 피해를 줄이는 친환경 결혼식이 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전했다.



서랍 속 잠든 휴대전화의 가치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사람들은 대개 신제품에 관심이 많다. 중고 휴대전화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서랍 속에는 중고 휴대전화가 잠들어있다. 중고 휴대전화는 처리도 쉽지 않다. 개인 정보 유출 걱정도 있지만, 그보다 휴대전화 속 납 등이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티앤엘’(에코 T&L)이 폐휴대전화 재생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한상무(대건 안드레아) 대표는 원래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했다. 그러다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쉽게 버려지는 것을 알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에코티앤엘이 처리하는 폐휴대전화는 한 해에 25만대. 이 중 재생 가능한 5%의 폐휴대전화를 전원 테스트와 기능 점검, 초기화, 외부 세척, 통신 점검을 거쳐 알뜰폰과 선불폰 등으로 판매한다. 나머지 폐휴대전화는 자원 재활용에 활용된다. 여기에는 폐휴대전화도 소중한 자원일 뿐 아니라 휴대전화 재생을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한 대표의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휴대전화 1대를 재활용할 때 절감할 수 있는 순수 환경 비용은 3250원이다. 에코티앤엘은 폐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재생산하는 일도 한다. 재생산된 보조배터리는 취약 계층에게 보급한다. 청소년들이 직접 보조배터리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교육 키트도 제작하고 있다.

에코티앤엘은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지역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취약 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로 인해 2016년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휴대전화를 통한 자원 재활용과 일자리 창출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선도하는 에코티엔엘. 한 대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방이 된 자동차

업사이클. 새활용은 자원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넘어 폐자원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 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새롭게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부가 최근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를 통해 진행한 국내 새활용 기업 실태조사 결과 전국에 405곳이 넘는 새활용 기업이 활동 중이다. 새활용 기업은 2013년 39곳에서 2020년 405곳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모어댄’(대표 최이현)도 대표적인 새활용 기업이다. 자동차 생산 과정과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천연 가죽, 안전띠, 에어백 등을 새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제작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모어댄은 연간 400만 톤에 이르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동차 매립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가방은 1개당 1642ℓ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환경과 디자인을 생각하는 동시에 자원의 선순환까지 돕는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가죽은 여름철 고온과 습기, 겨울철 낮은 온도를 견딘다. 자동차 가죽을 새활용해 만드는 가방과 액세서리는 내구성이 강해 견고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명이 다해 버려진 소재들에서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바로 모어댄의 철학이다.

모어댄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새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과 북한이탈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는 폐기물이 없어질 때까지 제품을 만들어 환경보호에 이바지하고 소비자에게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모어댄을 포함한 안정기 기업 5곳, 성장기 기업 10곳, 창업기 10곳 등 25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 25곳에 대해서는 신제품 개발과 유통·생산 고도화, 홍보ㆍ판로 개척 등을 위한 자금으로 총 8억 원을 지원한다. 성장 단계별로는 안정기 기업에는 1곳당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성장기 기업에는 1곳당 최대 2000만 원, 창업기 기업에는 1곳당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새활용 기업 육성을 통해 폐기물의 가치를 경제자원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세계적인 새활용 기업의 탄생과 고부가가치 환경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