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건립 모금함 들고 서울 동서남북 누비는 사제

(가톨릭평화신문)



“동료 신부들이 서울대교구 본당에서 무슨 모금을 오냐고 하면 이렇게 답했죠. 우리가 시골보다 더 어렵다고요. 허허.”

본당 신자는 800명 남짓에 보좌 신부도, 전교 수녀도 없다. 서울대교구에서 가장 작고 가난한 본당, 양원본당의 현주소다. 여기에 2018년 일대가 공공택지로 개발되면서 그나마 있던 낡고 작은 성당마저 철거되고 말았다. 새 성당을 짓게 되면 으레 빚을 지기 마련. 양원본당 주임 김성만 신부가 주말마다 교구 각 본당을 돌며 성전 건축비 모금에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5월 12일 칼국숫집을 개조한 임시 성당에서 만난 김 신부는 “형편이 넉넉잖은 신자들의 부담을 꼭 덜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봉사자들을 데려가는 것조차 부담될 터다. 그렇게 김 신부는 홀로 모금함을 들고 서울 동서남북을 누볐다.

애초 김 신부가 세운 목표는 2021년 6월까지 101개 본당에 모금 가기. 5월 10일 서울 양천본당에서 51번째 모금을 마치면서 김 신부는 드디어 목표치 반을 넘겼다. 코로나19로 계획보단 좀 늦어졌지만 그래도 기뻤다.

2018년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김 신부가 모금한 성전 건축비는 모두 40억 원. 적잖은 액수지만 본당 신축 자금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때론 남은 액수를 확인하다 ‘그냥 가건물로 싸게 지을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다. 새벽 4시에 겨우 몸을 일으켜 차에 시동을 걸 때도, 밤 11시 집에서 온몸에 파스를 붙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마다 그는 신자들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제대로 짓지 않으면 본당 신자들과 후임 신부가 앞으로 또 고생하게 될 거야.’

성당을 돌며 만난 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씨도 김 신부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어느 날 주일 새벽 미사가 끝난 뒤 한 할머니가 빳빳한 새 돈 1만 원을 건넸다. “어제 저녁 미사 때 신부님 말씀을 들었는데 수중에 돈이 없었어요. 이거 드리러 다시 왔어요.” 성경 속 가난한 과부의 헌금이 퍼뜩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성당에서는 초등학생 복사 3명이 옆에 자리를 잡더니 우렁차게 외쳤다. “양원성당 건축 헌금 많이 해주세요!” 어떤 신자들은 양원성당에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들은 성당 벽에 붙은 조감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없이 사무실에 헌금 봉투를 내밀고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헌금한 이가 10명이 넘는다. 때론 본당 사제나 신학생들도 도움을 보탰다. 최근엔 아들 신부인 최치영(서울 신사동본당 보좌) 신부가 몰래 찾아와 어버이날 축하한다며 현금을 주고 가기도 했다.

3월 31일 착공한 신축 성당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잡혀 있다. 그 부근에는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도 한창 공사 중이다. 총 3200세대 규모가 들어올 예정이다. 양원본당은 새로운 선교 중심지 역할을 꿈꾼다.

도움 주실 분 : 02-437-8984, 양원성당 사무실, 계좌 : 농협 100057-55-000220, 예금주 : (재)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