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소장의 사도행전 이야기] (71·끝)에필로그<6>- 사도행전에 비춰본 바오로의 생애와 서간⑤

(가톨릭평화신문)
▲ 바오로 사도의 참수터에 세워진 로마 성문 밖 세 분수 성당의 전경.



사도행전은 바오로가 로마에서 2년 동안 셋집을 얻어 지내면서 복음을 전했다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이후 바오로의 삶은 어떠했을까요? 또 바오로가 썼다는 나머지 서간들은 언제 쓴 것일까요? 이 부분을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사도행전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사도행전뿐 아니라 신약성경 어디에서도 바오로의 이후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1세기 말부터 전해오는 전승에 따르면 바오로는 로마에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가 언제 순교했는지에 대해서도 가설이 엇갈립니다. 2년의 가택 연금 기간(사도 28,30 참조)이 끝난 후 순교했다는 설이 있고, 2년 후 풀려났다가 멀리 스페인까지 선교하고 나서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바오로는 코린토에서 쓴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로마에 들렀다가 스페인에 가겠다고 두 번이나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로마 15,24.28), 스페인 여행 주장을 무조건 배격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제4대 교황으로 초세기 교부인 로마의 클레멘스 성인이 코린토 신자들에게 쓴 편지에는 바오로가 로마 제국의 서쪽인 스페인에 가서 선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전승을 토대로 스페인 동북부 항구도시인 타라고나에는 1963년 바오로 사도의 스페인 선교 1900주년을 기념하는 바오로 상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만일 바오로 사도가 스페인에서 돌아와 로마에서 순교했다면 그 시기는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네로 황제가 64년에 로마에 불을 지른 후 화재의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뒤집어씌워 4년 동안 모진 박해를 자행했는데 그 박해 시기에 순교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가설을 종합하면 바오로 사도는 60년대에 곧 63~67년 사이에 로마에서 순교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성 베드로 대성전이 들어서 있는 바티칸 언덕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와 달리, 바오로는 로마 성 밖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바오로가 순교할 때 목이 떨어지면서 세 번 튀었는데 그 자리에 샘이 솟아났다고 합니다. 그곳에 바오로 사도의 순교를 기념하는 성당이 세워졌는데 로마 성 밖 ‘트레 폰타네’(세 분수) 성당입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의 유해는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 중앙 제대 아래에 모셔져 있습니다.

한편 바오로는 로마에서 2년 동안 가택 연금 상태에서 지낼 때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과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집필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두 서간이 바오로가 직접 쓴 친서라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두 서간 모두 바오로의 친서가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쓴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을 두고서도 에페소가 아니라 로마에서 수감 생활을 할 때 쓴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필레몬 서간의 집필 연대는 61~63년 또는 바오로의 순교 직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재를 마치며

2019년 1월 초에 연재를 시작한 ‘사도행전 이야기’는 이번 71회로 마칩니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사도행전 이야기’를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 여러분께 드린 말씀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긴 복음 선포 사명을 사도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선포했으며, 그렇게 해서 형성된 교회의 삶이 어떠했는지, 또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연재를 계속하면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도중에 ‘정년퇴직’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성령께서 이끌어 주신 덕분으로, 연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의 삶 전체가, 특히 가톨릭평화신문 기자로서 지낸 30년 삶이 성령께서 이끌어 주신 덕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0여 년 전, 제 앞날에 ‘기자’라는 단어는 존재조차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가톨릭 언론 매체의 기자가 되고 난 후 차츰차츰 기자의 길이 성령께서 이끌어 주신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기자 생활의 마지막을 ‘성령의 역사하심’을 전하는 사도행전 이야기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은총입니다.

‘사도행전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그 이전 2017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91회에 걸쳐 연재한 ‘예수님 이야기’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이야기’를 통해서 예수님은 누구이시고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했고, ‘사도행전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제자들이 어떻게 땅끝까지 전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취지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입니다.

복음이 선포되는 이야기(예수님 이야기)와 선포된 복음이 전해지는 이야기(사도행전 이야기)에 이어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 교리들이 형성되는 이야기(교리 이야기)까지 살펴보자는 것이 연재 과정에서 구상한 전체적인 기획입니다만, 이 마지막 이야기는 여러 사정상 다른 기회로 미룹니다. 연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나 부족한 점들은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고 보완해서 참고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 「주석 성경」,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 사도행전」, 분도출판사

· 조셉 퀼징거 저, 박영훈 역, 「신약성서 영적 독서를 위한 사도행전」, 성요셉출판사

· 정양모 지음, 「사도행전 이야기」, 성서와 함께

· 정양모 지음, 「바울로 친서 이야기」, 성서와 함께

· 「교부들의 성경주해 신약성경 VII 사도행전」, 분도출판사

· 이보 스토르니올로 지음, 김수복 옮김, 「사도행전 읽기」, 성바오로

· 「신약성경 주해집 5 사도행전」, 도서출판 크리스찬

· 엔리코 갈비아티·필리포 세라피니 지음, 이성근 옮김 「성경 역사 지도」, 분도출판사



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alfonso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