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로본당, “오랜 세월 주님 사랑에 감사”

(가톨릭평화신문)
 
▲ 김운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6월 27일 춘천교구 소양로본당 설립 70주년 기념 및 고 안토니오 신부 순교 70주기와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저는 성당을 지키겠습니다!”

춘천교구 소양로본당 초대 주임이었던 고 안토니오(Anthony Collier, 성골롬반외방선교회, 1913~1950) 신부는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터지자, 성당을 떠나지 않고 신자와 부상자들을 돌봤다. 그리고 본당 교리교사였던 김경호(가브리엘)씨와 죽림동성당으로 향하다 인민군의 총격에 순교하고 말았다. 전쟁 발발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김씨는 구사일생 살았고, 안토니오 신부는 총상으로 그 자리에서 선종했다. 안토니오 신부는 선종 순간까지 김씨를 꼭 부둥켜안고 있었다. “가브리엘, 자네는 처자식이 있으니 꼭 살아야 하네.”

춘천교구 소양로본당(주임 김현준 신부)은 6월 27일 교구장 김운회 주교 주례로 본당 설립 7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오랜 세월 베풀어 주신 주님 사랑에 감사했다. 신자들은 안토니오 신부가 선종한 지 꼭 70주기가 되는 날 미사를 봉헌하며 순교 사제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도 함께 염원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그해 1월 죽림동본당에서 분가해 설립된 소양로본당은 교회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성전이다. ‘고 안토니오 신부 순교 기념 성당’이자, 국내 교회 건축물 가운데 최초로 반원형 구조의 독특한 근대적 양식을 도입한 한국 근대문화유산 등록 문화재이기도 하다.

본당은 이날 김 주교를 비롯한 역대 주임 및 교구 사제단과 미사를 봉헌하며 본당 설립 기념과 안토니오 신부의 삶을 함께 돌아봤다. 한국전쟁의 진정한 종식과 평화 도래도 함께 기원했다. 이날 본당은 미사 중 안토니오 신부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 김경호씨의 여동생 김영자(수산나)씨를 비롯해 본당 설립 때부터 평생 소양로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김화자(레지나, 89) 어르신, 역대 주임 사제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본당은 고 안토니오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꾸준히 기도해오고 있다. 현재 본당 교적 신자 수는 1100여 명이다.

김현준 주임 신부는 강론에서 “자신은 죽고, 피해를 입으면서도 이웃을 이롭게 했던 ‘살신성인’의 고 안토니오 신부님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 평화의 70년을 살아가자”며 “하느님과 이웃, 기도와 주일을 삶의 첫째로 여기는 신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김운회 주교도 “온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는 전쟁을 종식하려면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서로 용서하라’는 평화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화해와 용서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전염병보다 무서운 전쟁의 아픔을 끝내길 함께 염원하자”고 권고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