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성모 승천 대축일 - 성모님의 승천과 구원의 완성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생애를 마치신 후 우리가 겪는 죽음의 부패를 겪지 않으시고 하늘로 올림을 받으셨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모님의 승천은 사도들의 성모 마리아 빈 무덤 증언과 초기 교부들의 가르침으로 일찍부터 거룩한 교회의 전승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빈 무덤을 목격한 사도들은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특은으로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하늘에 오르셨다고 믿고 이 사실을 선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승이 아니더라도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낳아주신 마리아의 육신이 죄의 결과인 부패를 면하는 은총을 받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이유로 교회는 초세기부터 성모님의 승천을 믿고 기념해 오다가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이 성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하늘에 올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 신앙 교리로 선포하였다.

교회의 성모님 승천에 관한 전승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주님께서는 성모님께서 노래하신 ‘마니피캇’을 통해 우리에게 ‘기쁨’과 ‘축복’ 그리고 ‘찬미’의 삶을 건네주심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힘든 인간의 역사를 알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통하여 이미 우리에게 구원이 주어졌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성모님의 승천이 신앙 교리로 선포된 1950년은 전 세계가 전쟁과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도전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던 시기였고, 교회 또한 전 세계를 휩쓴 철학적 합리주의 등 반가톨릭적인 사조로 인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시기였다.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하느님은 인류 역사 안에 정말 함께 하시는가? 하느님은 인간을 위해 어떠한 섭리도 하시지 않았다’는 분노를 드러내며 종교 무용성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많은 그리스도인도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떠나던 위기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교회로 하여금 성모님의 승천을 신앙 교의로 선포하게 하시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의지하면 결국에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과 신앙을 갖도록 하심으로 모든 분열과 전쟁을 넘어 인간이 억압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갖게 하셨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병들고 타락하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하느님은 우리의 비천함을 하느님이 굽어보시고 당신 팔로 권능을 펼치신다는 희망과 기쁨을 갖게 하는 섭리의 표현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절망적으로 보이는 세상이 끝이 아니라, 성모님께서 하느님 품 안에서 생애를 마치시고 하늘로 승천하신 것이 완전한 결말인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완성되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약속의 상징인 것이다.

우리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인간의 비참성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위기가 극대화된 시기를 살며 또다시 하느님의 존재와 섭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회는 이 상황에서 성모님의 승천에 함축된 주님의 섭리 안에서 현재 상황이 극복되어 인간성이 회복 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는 오직 하느님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록 애써야 한다. 성모님의 승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엄성이 하늘에 오를 수 있고, 인간 운명이 멸망이 아니라는 것을 하느님께서 선포하신 기쁨의 축일이기 때문이다.

“승천으로 영광 속에 앉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성모 승천 대축일 강론, 대전 월드컵 경기장)



임상만 신부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