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코로나19에 내전까지 ‘설상가상’

(가톨릭평화신문)
▲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모습.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이번 폭발로 파괴된 성당 복구와 집을 잃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ACN 제공



코로나19 대유행 속에도 중동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등지에서 내전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여전히 전쟁이 빈발하는 여러 지역 교회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현지 사정을 취합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ACN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등 곳곳은 여전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만큼 전쟁의 포화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시리아 칼데아 가톨릭교회 주교 대리 니달 토마스 몬시뇰은 “지금도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폭격의 강도는 약해지지 않았으며,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도 조용한 날이 이틀 내지는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내전을 치르는 동안 국내 전문 의료진의 60%가 자국을 떠나고, 전체 병원의 1/4만 운영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금융 제재와 달러 부족 등으로 경제난이 심각한 것은 시리아와 더불어 인접한 레바논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북동부 키르쿠크주와 살라딘주는 여전히 테러리스트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2017년 IS가 패퇴한 이후에도 후속 테러 집단들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칼데아 동방 가톨릭교회 총대주교 루이스 라파엘 사코 추기경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부가 몰락한 후 공공기관들이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병원과 의사, 의료기기가 모두 부족하며, 우리 문화와도 맞지 않는 봉쇄와 격리 조치 속에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ACN에 알렸다.

카메룬 바멘다대교구장 앤드류 응케아 푸아냐 대주교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무력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은 전장에서 싸우는 이들에게는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교회는 테러 속 빈곤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도 동북부 지역에는 이슬람 무장 단체인 보코하람의 산발적 테러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 아부자대교구장 이냐시오 카이가마 대주교는 “가장 큰 위험은 가난한 이웃에게 닥칠 기근”이라며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가 더욱 위태로워졌다”고 우려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무장 단체들이 일부 지역에 출몰해 세력을 확장하고, 천연자원을 약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바리교구 부교구장 베트르랑 응갈라니베 주교는 “밤바리교구의 종교 간 대화회의는 개신교, 이슬람교와 함께 코로나19 대유행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보안군과 공산주의 반군인 신인민군의 게릴라 간 전투가 지속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돈바스 전쟁 이후 전투가 진행 중이다. 카리프교구장 파비오 혼차루크 주교는 “우크라이나의 보건 시스템이 과두 정치로 인해 붕괴됐다”며 “공산주의 정권하에 70여 년을 보내면서 가정과 전통적 가치는 약해지고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혼차루크 주교는 “영적 연대가 사라지고, 가난한 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고 우려했다.

멕시코 주교회의 부의장 카를로스 멜로스 대주교도 마약 밀매단으로 인해 “사회 폭력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교회는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더 활짝 문을 연다. 격리 기간 중임에도 밖으로 나가는 교회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발 참사로 160여 명이 사망하고, 60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성당과 교회 10곳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ACN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성당과 함께 그리스도인 생활 구역이 큰 피해를 입어 3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ACN 레바논 전문가 사메르 나시프 신부는 “단 1초의 폭발이 일으킨 여파는 베이루트 그리스도인 구역이 기나긴 내전 기간 입은 피해보다 훨씬 크다”며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고 전했다. ACN 레바논 지원사업 협력자인 레이몬드 아브도 신부(가르멜회 레바논 관구장) 신부도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며 “사방에 자욱한 붉은 연기와 함께 곳곳이 크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베이루트 가르멜회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다른 수녀원에서는 한 수녀가 폭발로 부상을 입고 선종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마로니트교회 총대주교 베샤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은 참사 다음 날인 5일 호소문을 내고, “베이루트는 지금 황폐화된 도시”라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나섰다.

ACN 한국지부(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해외 코로나19 피해 교회 돕기’ 긴급 구호 캠페인과 함께 베이루트의 가난한 그리스도인 가정을 위한 긴급식량지원 캠페인을 시작해 많은 이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후원 : 농협은행 317-0016-3132-21(코로나19 피해 교회 돕기), 국민은행 012537-04-008155(베이루트 그리스도인 가정 돕기), 문의: 02-796-6440, (사)고통받는교회돕기한국지부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