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 통해 사목현장 나가야

(가톨릭평화신문)




“본당이라는 사목 현장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분야도 전례부터 교육, 넓게는 사회사목까지 다양합니다. 교회는 이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읽고, 적당한 사목의 형태를 취해 실천해야 합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은 문화를 읽는 것이며, 문화를 읽는다는 것은 신자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이죠.”

코로나19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위축된 지금, 비대면 시대 문화사목의 이론과 실제를 담은 책이 나왔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주임) 신부가 쓴 「문화를 읽어주는 예수」다. 사목과 선교에 문화적 접근이라는 시도를 통해 얻은 경험을 글로 녹여냈다. 가톨릭신문에 써온 칼럼 ‘신앙인의 눈’에 실린 원고를 보완해 엮었다.

“이제부터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사목으로 변형시켜야 합니다. 이 시간은 기회입니다.”

김 신부는 “시민들이 종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하려면 이제 정말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교황님이 즉위하신 후 ‘교회가 야전병원이 되라’고 하신 것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서 나눠주고, 위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를 읽어주는 예수」는 △디지털 시대의 신앙생활 △사목과 문화의 만남 △신앙과 문화의 만남 △복음으로 문화 읽기를 다뤘다. 특히 일상화된 디지털 문화가 교회와 신앙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또 사목자로서 사회ㆍ문화적 현상들을 생명과 소통으로 해석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전망과 제언을 담아냈다.

1997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매스컴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사목과 문화를 접목한 문화사목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그의 사목적 시도들은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곧 문화를 읽어 사목과 선교에 접목하려는 노력이었다. ‘영유아를 위한 아가책사랑 운동’, ‘본당 우리농매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부모 되기를 원치 않는 신자들’, ‘생명의 맥도날드화’, ‘교회와 쇼핑몰’ 등 신자들의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목적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 신부는 취향이나 관심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공동체 모임도 제안했다. “요즘 신자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소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신자들은 정해진 구역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모임을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의 취미와 취향, 관심사에 따라 신자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는 책에서 혼인 갱신식과 같은 전통적인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간다고도 지적했다. 이제는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정만 정상 가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비혼, 이혼, 사별로 혼자 사는 1인 가정을 비롯한 조손ㆍ입양 가정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는 명령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사목자가 ‘나를 따르라’하며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면 (종교는) 구시대 유물이 됩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

문화를 읽어주는 예수

김민수 신부 / 기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