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시대에도 교회 긴급구호는 필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연일 지속되는 역대급 집중호우로 인한 인적ㆍ물적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산사태와 침수로 삶 터를 잃은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해 있고, 일 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숨지거나 실종된 인원이 11일 오전 현재 최소 42명이며, 이재민은 7500여 명에 달한다. 공무원과 군인은 물론 민ㆍ관ㆍ군이 밤낮없이 응급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복구 작업이 더디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로 행정력과 재정력이 한계에 다다라 재난 피해 복구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교회는 태풍 매미,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세월호 참사 등 폭설과 폭우 등 재난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 뛰어들어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교구마다 조직돼 있는 재해재난봉사단은 산사태와 폭우로 낙심한 이재민 곁에서 토사를 걷어내고, 생활 집기를 건져내 다시 살아갈 희망을 건넸다. 무료 급식 차량인 ‘사랑의 빨간 밥차’는 이재민과 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로 몸과 마음을 달래줬다.

그런데 이번 집중호우에는 복구 현장으로 뛰어들 교회 봉사자들이 없다. 봉사자들의 고령화, 인적ㆍ물적 자원 확보의 한계로 재난재해봉사단의 활동이 대부분 멈췄다. 코로나19로 긴급 구호 대비 훈련과 교육 자체도 어려워졌고, ‘거리 두기’에 익숙한 비대면 문화에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교회의 긴급구호팀은 여전히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서 재난을 돌파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이 하느님의 자비를 입을 수 있는 것은 인간 자신이 사랑의 정신으로 변모해 자기 이웃을 대할 때”(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 14항)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