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말 교리를 노래로 풀어낸 천주가사 연구논문

(가톨릭평화신문)



한국천주교회의 시편으로 불리는 ‘천주가사’(天主歌辭).

천주가사는 3ㆍ4조, 4ㆍ4조의 4음보 율문으로 이루어진 조선시대 가사문학 형식에 가톨릭 교리 내용을 담은 기도문이다. 박해 시기 신자들이 가톨릭 교리 내용을 외우기 쉽도록 지어져 보급됐다. 이들 천주가사 중 ‘죽음ㆍ심판ㆍ천국ㆍ지옥’에 관한 가톨릭 교리 내용을 담은 것을 ‘사말(四末) 천주가사’라 한다.

초기 한국 천주교인들은 당시 지배 이념이었던 유교와 다른 길을 간다는 이유로 100여 년간 박해와 죽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들은 암울한 상황에서 죽음ㆍ심판ㆍ천국ㆍ지옥에 관한 믿음을 가슴에 담고 입으로 사말 교리를 암송하며 신심을 다졌고 순교 영성을 키웠다. 하느님의 자녀이자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현세에서 복음적으로 살다가 사후에 심판을 통해 천국에서의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리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박해 시기 신자들의 순교 신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던 사말 천주가사를 주제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교회사 연구총서’ 제10집으로 발간한 김문태(힐라리오,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의 연구논문집 「사말천주가사와 벽위가사의 현세관과 내세관」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현세와 내세에 관한 가톨릭 교리 내용을 담은 ‘사향가’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선종가’, 개별 심판과 최후 심판을 소개하는 ‘사심판가’ㆍ‘공심판가’, 천당 지옥을 설명한 ‘천당강론’ㆍ‘지옥강론’ 등 6편의 사말 천주가사를 소개하면서 이 천주가사들이 박해 시기 신자들의 순교 신심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가톨릭교회의 종말론을 비판하면서 유교 이념을 설파하고자 창작된 이가환의 ‘경세가’, 이기경의 ‘심진곡’과 ‘낭유사’ 등 3편의 벽위가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유학자의 입장에서 본 천주교 비판과 천주교 신자 입장에서 본 호교론을 통합적으로 고찰하면서 죽음ㆍ심판ㆍ천국ㆍ지옥에 대한 신앙 선조들의 묵상이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의 복음적 삶의 한 축이었음을 결론짓는다.

김문태 교수는 “사말 교리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말 천주가사에 대한 묵상은 곧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출발점이며,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종착점이 된다”며 “목숨으로 하느님을 증거하던 박해 시기에 빛을 발했던 사말 교리와 사말 천주가사가 현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사말천주가사와 벽위가사의 현세관과 내세관

김문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