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사목교서] 기억과 감사의 해

(가톨릭평화신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1년은 교구 설정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최초의 사제이자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순교자의 피는 신앙의 씨앗입니다’(테르툴리아누스 교부)라는 말처럼,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순교신앙의 뿌리는 인천에도 있습니다. 1838년, 정 바오로를 비롯한 50명 이상의 신자들이 있었는데,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박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중에 12명은 신앙을 증거하며 옥에 갇혔다는 문헌적 증언이 있습니다. 또한, 1839년 기해박해 때 부평에서 태어난 성 김성임 마르타와 인천지역 양반 출신 복자 심조이 바르바라가 순교하였습니다.

인천교구는 성인품과 복자품에 오르지 못하였지만,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기 전까지 여러 박해 때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한 많은 순교자들을 제물진두, 갑곶성지, 진무영 성지, 일만위 순교 동산에서 기리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의 신앙의 뿌리는 이렇게 순교자들의 신앙에서 시작되어, 1961년 인천교구가 설정되면서 더욱 크게 성장했습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많은 열매를 맺으며 약 53만 명의 신자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은총을 기억하고 고이 간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를 생각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또 다른 형태로 신앙을 위협하고 왜곡하는 모든 고통을 순교신앙으로 극복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살아가는 일 년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첫 번째, 순교자들의 영성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기후의 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후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녹색순교’의 깊은 의미를 알고 행동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과거를 정리하는 일에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역사 정리는 교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모든 본당, 단체, 기관 등 교구 내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모두가 ‘감사의 전례’인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매사에 주님께 감사하며 감사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미사성제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이야말로 ‘나를 구원해주신 주님의 사랑’을 가장 깊게 느끼는 순간이며, 이 성사를 통해 우리를 감사의 삶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인천교구 신자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교구 주보이신 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께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길로 인도해 주시도록 전구를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