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가면 무도회

(가톨릭평화신문)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의 얼굴화’가 된 지도 오래됐다.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의 표정도, 강론하는 사제의 목소리도 한 꺼풀 마스크에 가려져 의중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중요한 순간을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에겐 사람들의 감정을 포착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마스크 벗은 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야 하는 사회다.

21~22일 연달아 한국 교회의 굵직한 순간들이 있었다. 제주교구와 춘천교구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들의 현장에서 기자들은 카메라로 주인공들의 표정을 살피고 취재에 임했다. 그러나 눈빛으로만 대화하고,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적잖은 어려움을 준다.

21일 신임 춘천교구장에 임명된 김주영 주교임명자는 임명 발표 직후 “저는 하느님 앞에 큰 죄인이며, 교회에 부덕하고 부당한 사람”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운회 주교는 “우리 교구의 좋은 목자가 교구장 주교로 임명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 순간 모두 취재 기자에겐 표정까지 포착해야 하는 중요한 찰나다. 김주영 주교는 두세 차례 더 감정에 복받쳤다.

기자는 하느님 앞에 중책을 맡게 된 이의 무거운 마음과 새 주교 탄생의 기쁨을 참석자들의 눈빛만으로 읽어내야 했다. 이튿날 제주교구 제5대 교구장이 된 문창우 주교의 착좌식에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코로나19는 안전한 공간을 보장하지 않는다. 관계 형성도 결박된다. 기쁜 순간마저 마스크 탓에 마음을 다해 표현할 수 없고, 표정 섞인 대화도 가로막힌다. 기나긴 가면 무도회는 언제쯤 끝날지. 그러나 누군가 그랬다. 이러한 결핍은 또 다른 은총의 시간을 준다고. 마스크 탓에 한 번 더 눈으로 대화하고, 불필요한 말을 줄이는 대신 성찰을 준다. 취재는 좀 어려워도, 주어진 침묵의 시간 동안 마스크 속 기도로 이 위기를 복된 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모두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