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재난… 고통 알리고 희망 전하는 카리타스

(가톨릭평화신문)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은 서로 연결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 생태 문제에 관해 설파한 문헌 「우리 어머니인 지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생태계가 파괴될수록 가장 가난한 이들이 가장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정신철 주교)은 2021년 해외 원조 주일 주제를 ‘인류는 한 가족, 우리 공동의 집’으로 정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세상에 알리고 전 세계에 사랑과 희망을 전한다.



위기의 지구


2020년 11월 17일 세계적십자연맹이 발간한 ‘2020년 세계 재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재난의 83%는 홍수, 태풍, 폭염 등 기상이변이나 기후 관련 자연재해로 발생했다. 17억 명이 피해를 입었고 41만 명이 사망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기후 관련 재난의 빈도는 늘고 강도는 강해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중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인류를 공격했다. 그중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고통이 가중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간 기후로 인한 재난이 100차례나 발생했고 약 495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기후위기 속 가난한 이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다. 자연재난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분쟁 중이거나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피해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재산 처분, 인신매매, 조혼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국제적십자연맹은 2018년 기준 1년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약 1억 명이지만 이상 기후 현상으로 극빈층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경우 2050년에는 1년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약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에만 약 8800만~1억 15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했고 2021년에는 경제 침체에 따라 약 1억 5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필리핀 기후위기


필리핀은 2020년 화산폭발, 지진, 태풍, 코로나19를 모두 겪었다. 11월에는 10일간 4개의 대형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면서 지역 간 이동이 불가능해졌고 산사태로 집들이 휩쓸려가거나 산업기반과 생활기반이 파괴됐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긴급구호팀이 현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필리핀 카리타스는 재난이 발생하는 즉시 긴급구호 요청서를 발행해 이재민들에게 긴급 식량, 위생, 주거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최근 5년간 필리핀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태풍 피해 긴급구호 사업 2개 및 지진 피해 긴급구호 사업 1개에 총 미화 20만 달러(한화 약 2억 3447만 원)를 지원했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2019년부터 취약한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과 토지 권리 증진을 위한 사업에 미화 15만 7000달러(한화 약 1억 7782만 원)를 지원했다.



니제르 분쟁 및 식량 위기

니제르는 UN에서 조사하는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 최하위(189개 국가 중 189위)를 차지하는 최빈국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빈곤선 아래에 놓여 있다. 니제르는 또한 보코하람 무장 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으로 무력 분쟁이 계속되고 있어 수많은 실향민과 난민이 분쟁을 피해 계속 이주하면서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길어지는 가뭄과 반복되는 분쟁으로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으며 보관해두었던 식량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니제르 카리타스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식량 위기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분쟁이 이어지고 인도적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서 매년 긴급구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도 니제르 카리타스에서 발행한 보코하람 분쟁 피해 및 나이지리아 난민 긴급구호 4개 사업에 미화 25만 달러(한화 약 2억 8743만 원)를 지원했다. 2020년에는 식량 위기 긴급구호 1개 사업에 미화 5만 달러(한화 약 5726만 원)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속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약 200만 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다. 가자지구 인구 80%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열악한 환경이었던 가자지구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2020년 8월부터 봉쇄 정책이 시행됐다. 모든 상업 활동과 인구 이동이 제한됐고 사람들은 하루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심각한 정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마약에 중독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많아지면서 가자지구에는 심리적 불안감이 폭넓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한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해 의료 센터를 운영 중인 예루살렘 카리타스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한 이동식 진료팀을 구성해 긴급 치료 및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2007년 가자지구 지역 봉쇄가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돕는 분쟁피해 및 난민 긴급구호, 노인 의료지원, 아동 보건지원, 청년 역량강화 사업 등 총 16개 사업에 미화 90만 1000달러(한화 약 10억 1783만 원)를 지원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랑의 백신’

한국카리타스는 2020년 24개 국가 총 41개 해외 원조 사업에 약 24억 7908만 원을 지원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분쟁, 자연재해,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중남미 지역의 14개 국가에서 총 14개의 긴급구호 사업을 지원했다. 또한,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구조적인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총 27개의 중장기적 개발협력 사업을 현지 카리타스와 함께 수행했다.

사업별로는 긴급구호 14개 사업에 약 8억 9451만 원(36%), 개발협력 27개 사업에 약 15억 8456만 원(64%)을 지원했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 10개 사업에 약 6억 868만 원(25%), 아시아 20개 사업에 약 10억 5394만 원(43%)을 지원해 전체 해외 원조의 68%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지원했다. 이 밖에도 중동 8개 사업에 약 6억 5486만 원(26%), 유럽 1개 사업에 약 6029만 원(2%), 중남미 2개 사업에 약 1억 128만 원(4%)을 지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