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가득 울려 퍼진 성체 향한 굳은 믿음

(가톨릭평화신문)

▲ 1 10만여 명의 신자가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제52차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1 10만여 명의 신자가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제52차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거룩한 그리스도의 성체야말로 우리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헝가리 교회가 5~12일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한 제52차 세계성체대회는 전 세계 신자들이 성체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확신을 재확인하는 성체 공경의 장이었다. 일주일간 부다페스트 도심 곳곳은 기도와 성체성사, 성체조배, 성체행렬로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자 근본인 그리스도 현존의 은총에 감사하고, 집중했다.

각 대륙에서 참석한 추기경들은 평화, 인내, 믿음, 희망 등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고, 그때마다 강연장은 신자 1000여 명으로 가득 차는 등 활발한 참여가 이뤄졌다. 에스테르곰 주교좌대성당에서 경건한 기도와 미사로 하루하루를 시작한 신자들은 헝엑스포와 영웅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는 대회 행사에서 만남의 기쁨, 성체의 신비를 일깨우는 시간을 가졌다. 신자들은 성체 조배와 거리 성체 거동행렬에 참여하는 동안 깊은 기도에 빠지기도 했다. 저녁에는 여러 나라에서 한데 모인 형제자매들이 율동 찬양 시간, 문화 공연도 관람하며 기쁨을 나눴다.

폐막일 전야인 11일에는 각국에서 참가한 남녀노소 신자들이 촛불을 들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긴 성체 거동행렬에 함께하는 장관을 이루며 절정을 이뤘다. 특히 세계성체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국 추기경과 교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성체 신심 강연이다. 이들이 연일 펼치는 주제별 강연에 많은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매번 자리를 가득 메워 눈길을 끌었다. 강연자들은 성체를 뿌리에 둔 가톨릭 교회 모든 구성원이 인내와 평화, 기쁨으로 이웃과 나눔과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모습임을 강조했다.

캐나다 퀘백대교구장 제럴드 라크루와 추기경은 7일 ‘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면서 “이 대유행으로 우리는 성령의 절대적 힘과 존재성을 목격할 수 있으며, 성찬례를 통한 평화는 단순한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공동체 화해와 치유를 위해 작용하는 활동적인 신비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군부 쿠데타로 몸살을 앓는 자국의 현실 속에도 대회를 위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보 추기경은 8일 ‘인내’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코로나19의 상황을 비롯한 현대의 어려움은 교회에도 큰 도전이며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인내의 순간은 곧 하느님의 시간과 같다”면서 “성체성사는 세계 전쟁과 폭력, 무기를 배척하는 힘이며, 오늘날 세계의 성체성사는 정의의 눈물이자, 나눔과 같다. 성체는 곧 정의와 치유의 빵이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0일 ‘한국 그리스도인의 상황’을 주제로 이탈리아어로 전한 강연에서 ‘은둔의 왕국’과도 같았던 한국에 신앙이 도래해 박해 중에도 별처럼 신앙을 지킨 우리 순교자들을 소개했다.

염 추기경은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는 한국 교회의 도전을 언급하면서 “평화의 길을 여는 걸음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판단해보라는 초대와 기도에 있다”며 “반연대와 죽음의 문화라는 세속화의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을 길잡이요, 별로 삼아 새 복음화를 이끌고, 시대의 징표들을 식별하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각국 추기경, 주교단과 만나 형제적 친교를 나누며 한국 교회를 더욱 알렸다. 6일 헝가리에 당도한 염 추기경은 첫 일정으로 다뉴브강을 찾아 2019년 유람선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추모기도를 바친 데 이어, 강복을 요청하는 이들과도 스스럼없이 마주했다. 또 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장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에게는 성 김대건 신부 성상과 영문 번역된 서한을 선물로 전달했다. 염 추기경은 강연 후 세계 최대 가톨릭 방송인 미국 EWTN과 인터뷰하며 다시금 한국 교회를 알렸다. 헝가리 교회는 매일 펼쳐지는 강연과 행사들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막 미사 강론에서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을 신뢰하며 그분 안에 머물고, 성체 안에 머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