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은 비싸고 어렵다? ‘불휘햇빛발전소’는 함께해서 쉬워요

(가톨릭평화신문)
 
▲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 신부와 최경해 운영위원장이 대전교구 갈마동성당 교육관 옥상에 있는 조합 태양광발전소 1호기 앞에 서있다.

 

 
▲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 신부와 직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전기를 사용한다. 밤에도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대도시는 특히 그렇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전력 중 약 10%가 서울특별시에서 소비된다. 이에 반해 서울시가 자급하는 전력량은 고작 10% 남짓이다. 나머지 90%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석탄화력ㆍ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송전탑을 타고 서울로 배달된다.

이렇게 대도시가 ‘편의’를 누리는 동안 발전소와 송전탑이 있는 지역에선 ‘희생’과 ‘불평등’을 겪는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온다”는 말처럼, 지역주민들이 환경오염이나 건강피해 등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중요시하는 ‘정의’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래서 교회는 핵ㆍ석탄을 대체하고,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해왔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11일 “2030년까지 교구 222개 본당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종교계 가운데 최초이며 유엔과 정부가 밝힌 탄소중립 목표 연도보다 10년 이르다.



지지부진한 태양광발전소 보급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다. 도시에서도 건물 옥상이나 주차장을 이용해 발전소를 소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옥상 텃밭에서 유기농 채소를 길러 먹듯, 옥상 발전소에서 ‘유기농 전기’를 만들어 쓰는 셈이다. 일반 시민들도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가 아니라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성당에도 발전소를 세울 공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교구는 2017년 12월 서울시와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교구는 소유 건물과 성당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재정 지원 등을 통해 협력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4년이 된 지금 서울대교구에 있는 태양광발전소는 몇 개일까? 본지에서 조사한 결과, 2021년 9월 기준으로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본당은 16곳이었다. 성당 건물이 따로 없는 외국인ㆍ준본당ㆍ선교본당을 제외한 본당 217곳 가운데 약 7.4%에 해당한다. 아직 미미한 비율이지만, 협약 이전(4곳)보다 4배 늘어났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동작동ㆍ신도림동ㆍ위례성모승천ㆍ화양동성당 등 최근 3년간 새 성전을 지은 본당은 모두 발전소가 있었다.

‘협약이 효과를 본 것일까?’라는 추측도 잠시, 모 본당 사무장이 “시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2019년 1월 24일 개정 고시된 「서울특별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확인하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성당을 포함한 연면적 3000㎡ 이상 비주거용 민간건축물은 대지면적의 5% 용량 만큼(대지면적X0.01kW)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협약 이후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본당은 5곳에 불과했다.

아쉽게도 협약은 체결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유는 뭘까. 교회 내 태양광 전문가들은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본당 공동체 안에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일원 중 어느 하나라도 태양광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다면 객관적인 검토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관심은 있어도 실제 설치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구 차원에서 태양광에 대한 올바른 사실을 알리고, 발전소 보급을 장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이미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관리와 유지도 중요하다. 모 본당 사무장은 “옥상에 있는 태양광발전소가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골치 아프다”며 “미관상 별로이기까지 해서 철거하고 싶다. 다른 본당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 최초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대전교구에도 올해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한 사제관 주차장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돼 있었는데, 설치업체가 3년 만에 도산해 버렸다. 관리할 업체가 없어진 태양광발전소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상황. 새로 관리할 시공업체를 연결해주고, 발전소를 수리하는 등 기꺼이 도움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대전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모인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김대건 신부)이다. 불휘햇빛조합은 2019년 2월 한국 교회 최초의 태양광발전협동조합으로 출범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교회 안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다. 당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임상교 신부와 그의 사목지인 갈마동본당 신자 50명이 주축이 됐다. ‘불휘’는 뿌리의 옛말로, 조합원들이 메타세쿼이아 나무뿌리처럼 끈끈히 연대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았다.

불휘햇빛협동조합은 교구 내에 있는 발전소를 관리할 뿐 아니라 새로 보급하는 데도 힘쓰는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전기를 만들어 직접 쓰는 ‘자가용’과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 등에 팔아 돈을 버는 ‘상업용’이다.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불휘햇빛협동조합도 ‘상업용’을 주력으로 삼는다.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성당이나 개인 주택에 발전소를 설치한다.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설치비용을 보존하고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준다. 부지를 제공한 성당이나 개인에게도 수익금 30%를 임대료로 제공한다. 조합은 19년 8월 갈마동성당 교육관 옥상에 20kW 용량으로 첫 발전소를 설치했다. 신자와 주민들이 쓸 수 있는 태양광 휴대폰 충전기도 성당 마당에 만들었다. 조합은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부진을 겪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대전과 충남 청양에 있는 개인 주택에 2호기(18kW)와 3호기(16kW)를 세웠다. 4호기와 5호기도 올해 안으로 시공할 계획이다. 4호기는 대전 관저동성당 주차장과 사제관 옥상에 66kW 용량으로, 5호기는 도마동성당 성전 옥상과 주차장에 85kW 용량으로 들어선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최경해(마리아) 운영위원장은 “지금도 계속해 의뢰가 들어온다”며 “월랑성당이나 태안성당 등 열 군데가 넘는 곳에서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현재 조합원 200명을 돌파했다. 전 대전교구장인 유흥식(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대주교를 필두로 교구 주교들도 모두 가입했다. 누적 출자금도 1억 2000만 원이 넘었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이유
 

 

불휘햇빛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 신부는 “교회 안에서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확장성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은 상업용 발전에 관심이 있는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 지역민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또한, 조합에서 설치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에너지 생산자’가 될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더욱 쉽게, 널리 태양광발전소를 보급해 ‘녹색 세상’을 만드는 길인 셈이다.
 

김 신부는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끼리 교육과 절전 활동을 통해 유대관계를 맺고 연대해 나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속해서 활동가를 양성해 에너지 전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당에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보고 신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라며 “이것이 사회 복음화”라고 강조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배울 점
 

이웃종교에는 앞선 모범 사례가 있다. 2013년 원불교에서 설립한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은 약 500명, 누적 출자금은 약 16억 원이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6년 원불교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전국 100개 교당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다. 현재는 전주 덕진교당을 비롯해 110개에 이른다. 협동조합은 교당이나 학교ㆍ주차장 등에 상업용 발전소도 39개나 설치했다. 용량을 다 합치면 1500kW가 넘는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이사장 송원근 교무는 “조합을 만들고 초반에는 교도들의 반대로 발전소 만들 곳을 못 찾았다”며 “신자들에게 홍보와 교육을 꼭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성직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무는 “본부 100주년 사업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포함해 동력을 얻었다”며 “가톨릭 역시 원불교처럼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일괄적으로 추진할 힘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또 “가톨릭에는 「찬미받으소서」라는 좋은 교재가 있어 부럽다”고 웃었다.

 

모든 교구에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이렇듯 협동조합은 주도적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보급하고, 관리할 힘이 있다. 교구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신자가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상업용 발전소를 공급하면 어떨까.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태양광 업체 ‘파워쏠라’를 운영하는 임대원(베드로) 대표는 “많은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반색했다. 서울 망우동본당 총구역장인 그는 주임 신부의 요청으로 성당에 자가용 태양광발전소를 시공했다. 설치비용 일부는 봉사하는 마음에서 사비로 충당했다.
 

임 대표는 “그간 주로 개신교 교회에 발전소를 만들었는데, 조합이 생기면 성당에 더 많은 발전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조합 설립과 운영에 있어 본래 목적을 지키고, 반드시 자격이 있는 전문가로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이나 수원교구와 달리 작은 교구는 조합원을 모으기 어려워 운영이 힘들 수 있다. 대안은 협동조합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불휘햇빛협동조합도 대전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돼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최경해 운영위원장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공공 일자리 인력 4명을 고용했고, ‘탄소 중립 시범 성당’ 운영을 위한 공모도 선정돼 관계 기관으로부터 1800만 원 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회적기업은 수익금 3분의 2를 배당금으로 주는 대신, 사회적기업 취지에 맞는 용도로 써야 한다.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재투자나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 등이다. 이는 공동의 집 지구 보호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교회의 정신과 더 잘 맞는 모습이기도 하다.

 

태양광 자격증을 딴 사제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목자의 의지다.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 보좌 오형훈 신부는 지난 7월 태양광 국가기술자격증을 땄다. 정확한 명칭은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능사(태양광)’이다. 태양광에 대한 오 신부의 관심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실천을 모색하던 그는 활동가들과 만나 답을 얻었다. 바로 태양광이다. 오 신부는 “교회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할 때 도움을 주고, 이쪽 분야에서 종사하는 평신도 전문가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격증을 땄다”고 설명했다. 오 신부의 이런 의지와 평소 태양광에 관심이 있던 주임 김주영 신부의 뜻, 그리고 본당 신자들의 호응,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 구파발본당은 8월 15일 사목회의에서 성당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기로 했다. 계획하는 발전 용량은 대략 40~50kW. 이 정도면 코로나19 이전 평상시 전력 소비량 15%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본당은 옥상에 태양광을 반사하는 밝은색 특수 안료를 칠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쿨 루프(Cool Roof)’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오 신부는 자잘한 단점을 지적하며 태양광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제 손에 더러운 게 묻었다는 이유로 우물에 빠진 아기를 안 건져낼 순 없죠. 그 아기가 바로 지구이자 미래 세대이며 나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입니다.”


태양광 팩트체크

태양광발전소는 미관상 보기에 안 좋다?

= 설계 과정에서 미관을 충분히 고려해 눈에 띄지 않게 만들 수 있음.

 

태양광은 실익이 없다?

= 주택 자가용은 설치 후 전기요금이 8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경감됨. 설치비용은 4~6년 만에 회수됨.

 

태양광이 전력난을 심화시킨다?

= 왜곡된 보도. 우리나라는 충분한 예비전력을 확보하면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있음. 그리고 태양광 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지 전기를 소비하는 시스템이 아니며, 태양광으로 공급되는 전력은 일부에 지나지 않음.

 

태양광은 24시간 발전할 수 없다?

= 태양광은 낮에만 생산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음. 최근 밤에도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을 병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 ESS를 이용하면 태양광 에너지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음.

 

태양광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

= 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전자파량은 정부가 정한 안전 기준의 100분의 1 수준. 전자레인지나 휴대용 안마기보다 낮음.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 태양광 국가기술자격증을 딴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 보좌 오형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