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의 탄소중립 선포, 세상 복음화 밑거름 되길

(가톨릭평화신문)


수원교구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며 10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봉헌했다. 2030년까지 교구 내 220개 성당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정부의 탄소중립 안보다 10년 빠르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교구는 성당 유휴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협동조합을 구성하고 햇빛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과 더불어 캠페인을 통해 탄소를 줄이기 위한 신자들의 구체적 실천 지침까지 제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예언자적 역할을 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다. 교회는 민주화가 위협받고 남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적 약자가 고통받을 때마다 복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가야 할 길을 제시하며 고통받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인류의 당면 과제인 기후위기 극복은 국가를 넘어 공동의 집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예언자직을 수행하는 교회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야 한다. 한국 교회가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교회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신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미사 참여자가 줄고 복음 전파 역시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가장 시급한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나선 탄소중립 선포가 지구를 살리고 교회와 멀어진 신자들, 종교와 멀어진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